공연/전시
- “현실 너머, 상상 속 세계로”…임현정 ‘마음의 아카이브’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가 오는 8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시애틀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임현정 작가의 개인전 ‘마음의 아카이브: 태평양을 건너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한국, 미국 서부, 유럽 등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겪은 경험과 그 속에서의 감정 변화를 회화로 풀어낸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임현정은 '직관적 드로잉'이라는 독자적인 방식을 통해 내면의 감정과 상상의 풍경을 그려내며, 관람자들에게 꿈결 같은 심상의 세계를 전달한다.임현정의 회화는 명확한 스토리나 플롯보다는 감각과 기억, 상상에 기반한 자유로운 흐름이 특징이다. 그는 “손이 이끄는 대로 상상 속 마음 풍경을 그리고 있다”고 말하며, 현실의 감정과 경험이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장면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그림 속에 담아낸다. 그의 작업은 규칙적 구성이 아닌, 감정의 파장과 생각의 흐름에 따라 펼쳐지며 일종의 ‘마음의 지도’를 그려나간다.전시 제목 ‘마음의 아카이브’는 그가 2018년부터 미국 서부에서 생활하며 쌓아온 마음속 기록들을 표현한 개념이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지의 자연환경과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는 그의 감각과 시선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이는 고스란히 작품 속에 녹아들었다. 나무, 바다, 빛, 기후 등 자연 요소는 그의 그림에서 중요한 장치로 기능하며, 일상과 꿈의 경계를 허무는 상징적 이미지로 구현된다. 임현정의 작품에는 동서양 예술 전통이 고루 담겨 있다. 그는 히에로니무스 보쉬, 피터 브뤼겔 등 고전 유럽 화가들에 대한 오마주를 자신의 화면에 녹여내는 한편, 동양 산수화가 지닌 이상향의 세계와 미국의 광활한 자연 풍경을 절묘하게 접목시킨다. 이처럼 그의 그림은 신화와 현실, 고전과 현대, 한국과 서구의 미술 언어가 유연하게 융합된 공간이다. 개별적 서사가 아닌, 겹겹이 쌓인 감각의 결들이 모여 만들어낸 시적 풍경이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전시의 부제 ‘태평양을 건너며’는 지리적 이동뿐 아니라, 문화적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담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태평양 양쪽을 오가며, 정신적으로는 동서양의 미적 체계와 감성을 넘나드는 그의 여정은 예술적 아카이브이자 내면의 일기장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자연의 모습과 해안 풍경, 빛과 공기의 결은 그가 실제 여행에서 느꼈던 생생한 경험이자, 동시에 동양적 이상 세계인 '몽유도원도'를 연상케 하는 환상의 시공간이기도 하다.이번 전시는 단일한 기억의 저장소가 아니라, 계속해서 확장되고 변화하는 임현정의 ‘마음 풍경’을 전시공간에 펼쳐놓는다. 삶과 예술, 현실과 상상,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흐리며, 그 안에서의 진정한 소통 가능성을 회화로 탐색하는 자리다. 이는 단순한 회화 전시를 넘어, 감정의 흐름과 미적 경험이 하나로 만나는 예술적 실험의 현장으로 볼 수 있다.임현정은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영국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하며 국제적인 시야를 넓혔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부산현대미술관, 서울대 미술관, OCI 미술관 등 국내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회화 장르에서의 독창성과 감각적인 표현력으로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한국 클래식의 숨은 영웅, 60년간 30개국 정복한 비결 공개
창단 60주년을 맞은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가 오는 19일과 21일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유럽 유명 음악 축제에 공식 초청받아 특별한 기념 투어를 펼친다. 이번 투어는 KCO의 60주년을 기념하는 네 가지 프로젝트 중 하나로, 단순한 해외 연주를 넘어 지난 60년간 세계 무대에서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높여온 여정을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행사다.KCO는 먼저 7월 19일 크로아티아 오파티아의 크리스탈홀에서 열리는 여름 음악제에 참가해 투어의 첫 공연을 시작한다. 이어 21일에는 슬로베니아의 대표적인 국제 음악 행사인 류블라냐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며 유럽 투어를 이어간다.이번 유럽 공연에서 KCO는 고전부터 현대 음악, 한국 전통 음악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로 오케스트라의 섬세한 앙상블과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투어에는 2010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최연소 입상자로 주목받은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와 이탈리아 루카 국제 피아노 콩쿠르 수상자인 피아니스트 일리아 킴이 협연자로 참여해 공연의 수준을 한층 높인다.KCO 관계자는 "세계 음악계와의 문화적 교류를 선도해온 지난 60년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후속 세대에게 더 넓은 무대를 열어주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 클래식의 세계화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1965년에 창단된 KCO는 한국 클래식이 국제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1987년, 도쿄와 뉴욕, 워싱턴 D.C.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문을 열었다. 이후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며 현재까지 30여 개국에서 총 140회가 넘는 해외 초청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KCO는 유네스코가 초청한 '평화의 음악제전'과 유엔의 'Staff Day(직원의 날)' 행사를 비롯해 독일 라인가우 페스티벌, 핀란드 난탈리 페스티벌, 스위스 시옹 페스티벌, 스페인의 페리아 페스티벌 등 세계 유수의 음악제에 공식 초청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처럼 북미, 유럽, 중남미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며 한국 실내악의 우수한 예술성을 전 세계에 알려왔다.이번 60주년 기념 유럽 투어는 KCO가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국제적 명성을 재확인하고, 한국 클래식 음악의 세계적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젊은 음악가들과의 협연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적 교류와 한국 클래식의 미래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 지금 안 보면 평생 후회할 브로드웨이 ‘위키드’ 한국 상륙
13년 만에 돌아온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 오리지널팀이 마침내 한국 무대에 섰다. 초록빛 마녀 엘파바와 반짝이는 인기녀 글린다의 환상적이고도 철학적인 서사가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7월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을 시작으로, 오는 11월 부산, 내년 1월 대구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오리지널팀의 내한에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예매 개시 직후 7월 회차가 대부분 매진됐고, 극장은 공연 시작 5시간 전부터 관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각자의 개성을 살린 의상과 소품으로 무장한 팬들은 초록빛으로 물든 극장 안에서 ‘에메랄드 시티’를 재현하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위키드’는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전복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 16개국 7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매료시켰으며, 지금까지도 브로드웨이 최고 흥행작 중 하나로 군림하고 있다. 뉴욕타임즈가 “브로드웨이의 가장 거대한 블록버스터”라 칭한 이 작품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8세부터 80세까지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8 to 80 법칙’을 완벽하게 증명해내며 폭넓은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은 무대와 음악, 연출, 배우들의 연기력이 모두 절정에 달했다는 평이다. 공연은 눈부시게 화려한 1막과 감정선이 깊어지는 2막으로 나뉜다. 1막에서는 유쾌한 에너지로 관객을 사로잡는 넘버 ‘The Wizard and I’, ‘Popular’, ‘Dancing Through Life’, ‘Defying Gravity’가 이어지며 ‘마법 같은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준다. 2막에서는 우정과 사랑, 편견, 선택과 책임 등 보다 현실적인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커튼콜이 내려간 후에도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환호는 멈추지 않았고, 배우들의 만족스런 웃음이 무대 뒤에서 들릴 정도였다.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배우들의 열연은 공연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글린다 역의 코트니 몬스마는 유쾌한 에너지와 섬세한 연기로 ‘글린다의 정석’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으며, 엘파바 역의 조이 코핀저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강한 존재감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그는 이번 시즌 엘파바 중 가장 오랜 기간 투어에 참여한 ‘최고참’으로, 이번 한국 공연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피에로 역의 리암 헤드는 위트 넘치는 연기로 극의 재미를 더하며, 사이먼 버크와 폴 핸런 등 베테랑 배우들의 노련한 무대 장악력 또한 돋보인다. 여기에 환상적 세트를 구성하는 앙상블의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정교한 연출은 공연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위키드’는 단지 뮤지컬을 넘어선 이야기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엘파바와 글린다가 처음에는 철저히 대립하지만 점차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과정 속에 녹아 있다. 엘파바는 초록 피부라는 ‘다름’ 때문에 편견과 차별을 받지만, 진실과 정의를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다. 반면 글린다는 세상에 순응하고자 하지만, 엘파바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편견을 깨닫고 성장해 나간다.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 시대든 공감할 수 있는, 인간 관계의 본질을 다룬다.이번 공연은 ‘위키드’가 가진 대중성과 예술성을 다시금 입증한 무대였다. 영화보다도 더 생생하고 강렬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 뮤지컬은, ‘지금 아니면 못 볼지도 모른다’는 말처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으로 손꼽힌다. 서울 공연은 오는 10월 26일까지 이어지며, 이후 부산과 대구에서도 순차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13년을 기다린 초록빛 마법의 향연이, 한국의 여름과 겨울을 뜨겁게 물들일 것이다.
- 저택 안을 돌아다니며 '죽은 할머니'를 만나는 기묘한 체험... 8월 한남동에서 펼쳐진다
젊은 창작자 임진희 연출가가 자신의 청각장애 외할머니의 독특한 소통 방식을 담은 연극 '할머니의 언어사전'을 오는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한남동 LDK에서 선보인다. 이 작품은 공식 수어를 배우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리, 움직임, 표정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던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연극이다.임진희 연출가는 "당신만의 방법으로 소통하는 할머니가 마치 언어 창작자이자 퍼포머 같았다"며 "현재는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가족의 기억 속에 흩어져 살아있는 할머니의 언어 조각을 모아, 하나의 '공연적 언어'로 되살리고자 했다"고 작품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이번 공연의 특별한 점은 장소이동형 연극이라는 형식이다. 관객들은 한남동의 LDK라는 저택 공간을 직접 이동하며 작품을 체험하게 된다. 단순히 앉아서 관람하는 전통적인 연극 형태를 벗어나, 관객들이 오감을 통해 작품에 직접 참여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임 연출가는 "관객이 할머니를 직접 감각해보는 '체험적 기억의 탐사'이자,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함께 호흡하는 '공동 창작자'로 초대된다"고 강조했다.'할머니의 언어사전'은 이미 2024년 두산아트랩 공연으로 선정되어 쇼케이스를 선보인 바 있으며,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작으로도 선정된 작품이다. 초기에는 다큐멘터리 연극 형태로 '할머니'라는 실존 인물을 다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집'이라는 일상적 공간 안에서 관객이 할머니의 존재와 언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느낄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이 작품은 단순히 청각장애인의 이야기를 넘어, 언어와 존재, 장애의 의미를 새롭게 감각하게 하는 시도다. 임진희 연출가는 할머니의 독특한 소통 방식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언어'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소통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공식적인 언어 체계 바깥에서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개발했던 할머니의 창조적 소통 방식은 언어의 본질과 인간 소통의 근원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장소이동형 공연이라는 실험적 형식과 청각장애인의 독특한 언어 세계를 탐구하는 내용이 결합된 이번 작품은, 관객들에게 일상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통의 다양한 층위를 경험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가족 간의 기억과 소통, 부재와 존재에 대한 사유를 통해 관객들은 자신의 삶과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할머니의 언어사전'은 언어의 경계를 넘어선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과 경험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 OTT에 빼앗긴 관객, 6000원 할인쿠폰으로 되찾을 수 있을까?
팬데믹 이후 영화산업은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상반기 한국 영화관 누적 관객수는 4249만 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 상반기(4495만 명)보다도 적으며, 지난해 상반기(6293만 명)에 비해 2000만 명 이상 감소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영화산업 리포트 FOCUS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영화관 관객수는 약 48억 명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했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68% 수준에 그쳤다.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은 한국 극장가의 정점이었다. 총 관객수 2억2668만 명, 1인당 극장 관람 횟수 4.37회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총 관객수는 5952만 명으로 급감했고, 1인당 극장 관람 횟수도 1.15회로 떨어졌다. 한국 영화 수익률은 전년의 10.9%에서 -30.4%로 추락했다.코로나19 이후 3년(2022~2024년) 동안 한국 극장가는 '1조2000억원대 매출액, 1억2000만명대 관객'이라는 새로운 박스권을 형성했다. 이는 2019년에 비해 약 1억 명이 감소한 수치다. 관객 감소와 함께 '영화 흥행의 문법'도 변화했다.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흐려졌고, 2024년에는 전통적인 성수기가 아닌 2월과 4월에 개봉한 〈파묘〉와 〈범죄도시 4〉가 각각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영화 시장의 양극화도 가속화되었다. 중박 영화(100만~500만 명 관객)는 코로나19 이전 25편 이상에서 팬데믹 이후 10편대로 절반가량 감소한 반면, 500만 명 이상의 대작은 3~4편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영화 시장의 허리를 받쳐주는 중소 영화들이 약화되면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제작비는 10년 새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5년 평균 순제작비 37억 원에서 2023년에는 100억 원대로 증가했다. 넷플릭스 등 OTT의 영향으로 배우 개런티가 상승했고, 주 52시간 노동제 도입 등으로 스태프 인건비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극장이라는 주요 수익원이 위축되면서 영화 수익은 악화됐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 수익률은 2020년 -30.4%부터 2024년 -16.4%까지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수익 악화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전통적 투자배급사도 투자를 보수적으로 하거나 중단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60~80편이던 한국 영화 제작 편수는 현재 20편 내외로 감소했다. 영화 공급이 부족해지자 극장들은 재개봉작 상영이나 공연 콘텐츠 영화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2024년 재개봉 편수는 228편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OTT 서비스 의존도 증가도 극장 관람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가정에서 IPTV, VOD, OTT로 영화를 본다는 응답이 2019년 54.1%에서 2024년 69.8%로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홀드백' 기간도 급격히 짧아지는 등 붕괴 현상이 나타났다.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F1 더 무비〉,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슈퍼맨〉 등 할리우드 대작과 제작비 300억 원의 〈전지적 독자 시점〉, 〈좀비딸〉, 〈악마가 이사왔다〉 등 한국 영화가 개봉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8월경 영화관에서 회당 6000원 할인된 관람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쿠폰 450만 장(271억 원 규모)을 지급할 예정이다.그러나 영화산업 전문가들은 "올해보다 앞으로 2~3년이 더 문제"라고 전망하며, 제작사나 감독들이 차기작 제작에 위축되어 있고 우수 인력 유입이 감소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홀드백, 객단가, 정책 자금 집행 방향 등 해법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 베를린 찢었다! 제이홉, 롤라팔루자 씹어먹은 '무대 장인'의 귀환
K팝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제이홉이 유럽 최대 규모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베를린'(Lollapalooza Berlin)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제이홉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스타디움에 마련된 메인 무대에 올라 약 90분간 펼쳐진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6만여 명의 관객들을 열광시켰다고 14일 밝혔다.축제의 마지막 날 밤, 베를린 올림피아스타디움은 제이홉을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팬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공연 시작 전부터 '제이홉!'을 연호하는 함성이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고, 이내 리프트를 타고 무대 위로 솟아오른 제이홉은 '왓 이프…'(What if…)와 '판도라스 박스'(Pandora's Box)로 강렬한 포문을 열었다. 2022년 '롤라팔루자 시카고' 이후 3년 만에 다시 롤라팔루자 무대에 선 그는 한층 더 성숙하고 폭발적인 에너지로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제이홉은 무대 위에서 시종일관 관객들과 소통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는 "오늘 밤 미쳐볼 준비 됐나? 그럼 가보자!"라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유도했고, 팬들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적인 함성으로 화답했다. 솔로곡 '온 더 스트리트'(on the street)로 감성적인 면모를 선보이는가 하면, 신곡 '킬린 잇 걸'(Killin' It Girl)로 트렌디한 사운드를 선사하며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특히 방탄소년단 단체곡 '마이크 드롭'(MIC Drop) 무대에서는 현장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며 떼창과 함께 스타디움을 뒤흔들었다. 총 21곡에 달하는 풍성한 세트리스트는 제이홉의 음악적 역량과 무대 장악력을 여실히 증명하며, 그가 왜 '퍼포먼스 제왕'으로 불리는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공연 말미, 제이홉은 "올해는 저에게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진심을 담은 소감을 전했다. "전 세계에서 투어를 돌면서 감사한 점이 많았다. 잊을 수 없는 여정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감사 인사를 넘어, 팬들과 함께 만들어온 지난 시간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번 '롤라팔루자 베를린' 출연은 제이홉이 솔로 아티스트로서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그의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제이홉은 이번 공연을 통해 K팝 아티스트로서의 위상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팬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와 희망을 전달하는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 19년 동안 벽을 파낸 남자의 충격적 진실... 교도소장도 몰랐던 '쇼생크의 비밀'
절망적 상황에서도 마음 한구석에 남은 작은 희망이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스티븐 킹은 희망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헤친 작가다. 1947년 미국 메인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40년 넘게 500편이 넘는 작품을 쏟아내며 '이야기의 제왕'으로 우뚝 섰다.킹의 중편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은 1982년 출간된 중편집 '사계'에 실린 작품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테마로 묶인 네 작품 중 '봄'에 해당한다. 이 작품은 희망의 시작을 상징하며,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지키고 선택하는지 탐구한다.원작을 영화로 옮긴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은 헝가리 난민의 아들로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온 인물이다. 그는 소설을 읽고 확신에 차 영화 판권을 사들인 후, 8주간 각색해 대본을 완성했다. 이후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린마일'과 '미스트'도 연출하며 '킹 원작, 다라본트 각색 3부작'의 첫 작품으로 '쇼생크 탈출'을 세상에 내놓았다.영화와 소설 모두 '레드'의 내레이션을 통해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에서 레드는 아일랜드계 백인이지만, 영화에서는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흑인으로 등장한다. 앤디는 유망한 은행원이었으나 아내와 불륜 상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형을 선고받는다. 그가 수감된 쇼생크 교도소는 강력범들이 주로 수감된 '지옥'과도 같은 곳이다.앤디는 교도소 내 부패와 불의를 목격하면서도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은행원 시절의 능력을 발휘해 교도관들의 세금 컨설팅에 나서며 조금은 편하게 수감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나 그는 안주하지 않고, 수감 기간 내내 탈옥 통로를 만들며 동료 죄수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뿌린다.영화의 백미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이중창이 교도소에 울려퍼지는 장면이다. 앤디가 교도소장 사무실에서 틀어준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은 죄수들에게 잠시나마 자유와 희망의 감정을 선사한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의 복선이기도 하다. 오페라 속 두 여인이 권력자를 속여 자유를 얻으려 하듯, 앤디 역시 감옥이라는 거대한 권력의 벽을 교묘하게 이용해 탈출을 준비한다.앤디는 교도소 안에 도서관도 만든다. 6년 넘게 정부에 편지를 보내 예산을 요청하고 마침내 '브룩스 도서관'을 세운다. 이곳은 죄수들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세상과 연결되는 작은 창을 발견하는 공간이 된다. 그는 희망이 먼 미래의 기적이 아니라 오늘의 작은 실천에서 자란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한다.그러나 모두가 희망을 견디는 것은 아니다. 50년 가까이 복역한 브룩스는 가석방 후 자유에 적응하지 못하고 "브룩스가 여기 있었다"라는 쓸쓸한 문구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레드는 이를 두고 "이 벽이란 참 이상하다. 처음엔 미워하다가, 나중엔 익숙해지고, 결국엔 그 벽에 의지하게 된다"고 말한다.시간이 흘러 레드도 가석방되어 브룩스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 그는 한때 "희망은 위험한 것"이라며 마음에서 지워내려 했지만, 바깥세상에서 극심한 두려움과 무력감에 시달린다. 이때 그를 붙잡아준 것은 앤디가 남긴 희망의 메시지였다. 레드는 마침내 익숙함의 사슬을 끊고, 앤디가 남긴 약속의 장소로 향한다.앤디는 19년 동안 돌망치로 벽을 파내며 탈출을 준비했다. 폭풍우 치는 밤, 그는 벽을 뚫고 하수관을 타고 쇼생크 교도소를 탈출한다. 교도소장의 비자금을 인출하고, 비리 증거를 언론과 경찰에 넘긴 후 멕시코의 지와타네호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레드는 앤디의 초대를 받아 희망을 품고 국경을 넘어 그와 재회한다.'쇼생크 탈출'은 개봉 당시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존재감이 빛나는 명작으로 자리잡았다. 영화는 단순한 탈옥극이 아닌, 절망의 감옥에서 희망을 행동으로 옮긴 한 인간의 여정과 그 희망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모두를 변화시키는 기적을 보여준다.희망은 언젠가 찾아올 대단한 기적이 아니라,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절망의 벽 앞에서도, 우리는 매일의 작은 행동으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희망이, 언젠가 우리를 진정한 자유로 이끈다.
- “보따리로 세계를 감쌌다” 김수자, 프랑스 최고 예술훈장 또 받아
현대 미술가 김수자가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Officier)를 수훈하며 다시 한 번 국제적인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9일, 서울 주한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열린 수훈식에서 김 작가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으며 예술적 성취와 문화적 기여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 훈장은 프랑스 문화부가 1957년 제정한 것으로,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거나 큰 영향을 미친 인물에게 수여된다. 등급은 슈발리에(Chevalier), 오피시에(Officier), 코망되르(Commandeur) 순으로 나뉘며, 이번 오피시에 훈장은 김 작가가 2017년 받은 슈발리에에 이은 두 번째 수훈이다.수훈식에서 필립 드 페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는 김수자 작가에 대해 “사진, 비디오, 천과 유리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독창적인 작업을 해 온 세계적인 작가”라고 찬사를 보냈다. 특히 김 작가의 대표작인 ‘바느질’ 연작과 이를 발전시킨 ‘보따리’ 작업에 대해 “한국 문화의 상징성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라며 “그의 작업은 단순한 미술을 넘어 한국과 프랑스 양국 문화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김수자는 1957년 대구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초기에는 회화 작업을 하다 1990년대 초부터 거리에서 수집한 헌 옷, 보자기, 이불보 등을 활용한 설치미술로 전환했다. 그녀의 예술 세계는 ‘바느질’과 ‘천’이라는 전통적인 재료를 중심으로 정체성과 이동, 여성성과 고통이라는 복합적 서사를 담아내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베니스 비엔날레(1993), 뉴욕 현대미술관(MoMA), 독일 카셀 도큐멘타, 리옹 비엔날레, 구겐하임 미술관 등 국제 유수 기관에서도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왔다.특히 프랑스와는 오랜 인연이 있다. 1984년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에콜 드 보자르(국립예술학교)에서 석판화를 공부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고, 이후 프랑스 공공 및 사립 미술기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퐁피두 메츠 미술관의 개인전, 메츠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영구 설치 작업, 프와티에 도시 프로젝트 등이 있다.최근에는 2024년 3월부터 9월까지 파리의 피노컬렉션 미술관(부르스 드 코메르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카르트 블랑쉬’(Carte blanche) 형식의 전시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카르트 블랑쉬’는 미술관 측이 작가에게 전시 기획과 설치 전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매우 제한된 작가에게만 부여되는 명예로운 기회다. 이 전시에서 김 작가는 미술관의 상징적 공간인 로툰다 바닥에 418개의 거울을 설치한 ‘호흡’을 비롯해 지하층에는 ‘바늘 여인’, ‘실의 궤적’ 등의 대표작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수훈 소감에서 김수자는 “프랑스는 제게 예술가로서의 시야를 넓히고 실험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특별한 나라”라며 “프랑스 정부와 문화기관의 지속적인 후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이 훈장은 저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라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준 많은 분들의 몫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김수자의 이번 훈장 수훈은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 예술계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동시에 '보따리'라는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을 통해 전 세계와 소통하며 국경을 넘어선 예술적 언어를 구축해온 그의 궤적은 앞으로도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인슐린 펌프 달고 나타난 바비, 아이들의 눈물을 멈추게 하다
미국 장난감 회사 마텔이 제1형 당뇨병(선천성 당뇨병)을 앓는 바비 인형을 새롭게 출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매체 피플의 보도에 따르면, 이 특별한 바비 인형은 팔에 혈당 측정 기계를 착용하고 있으며, 인형이 들고 있는 가방 속 핸드폰에는 혈당 수치가 기록되어 있다. 또한 인형의 복부에는 체내에 인슐린을 주입해 혈당을 조절하는 전자기기인 인슐린펌프가 부착되어 있어 실제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의 일상을 반영하고 있다.마텔은 성명을 통해 이번 바비 인형 출시의 의미를 강조했다.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바비를 출시하면서 약자를 대변하고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며 "이번 바비 인형은 어린 아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시각을 일깨워주고 제1형 당뇨병 같은 질환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1형 당뇨병을 앓는 아이들이 인형과 동화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밝혔다.이는 마텔의 최근 다양성 추구 전략의 일환으로, 회사는 이전에도 휠체어를 탄 바비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바비 등 다양한 종류의 인형을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시도는 장난감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을 대표하는 인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제1형 당뇨병은 췌장에 있는 인슐린 생성 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질환이다. 이런 이유로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이라고도 불린다. 정상적인 경우, 우리 몸은 음식 섭취 시 세포 안에 들어온 포도당의 양에 따라 인슐린을 적절히 자동으로 생성한다. 그러나 인슐린 생성에 문제가 있으면 포도당이 세포 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내에 축적되어 고혈당 상태가 된다. 과도한 포도당은 소변으로 배출되어 '당뇨(소변으로 당이 나오는 것)'라는 증상을 보인다.주로 소아에게 발생하는 제1형 당뇨병은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세포를 파괴해 발생한다. 환자들은 음식을 섭취해도 당분이 에너지원으로 제대로 이용되지 못해 피로감을 느끼고 체중이 감소한다. 구토, 복통, 탈수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의식이 저하되기도 한다.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제1형 당뇨병은 우리나라 당뇨병의 2% 미만을 차지하는 희귀한 형태다.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하는 치료가 필수적이다. 환자들은 혈당 조절이 어려워 신장, 망막, 뇌혈관 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크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간식을 제한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혈당을 조절하고 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운동 전후 혈당을 측정하고, 저혈당 발생 시 대비해 간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이번 제1형 당뇨병 바비 인형의 출시는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당뇨병을 앓는 아이들에게 자신도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 올여름 가장 소름 돋는 연극 두 편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서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 공포극 두 편이 관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뱀파이어와 외로운 소년의 만남을 그린 잔혹하면서도 슬픈 이야기 ‘렛미인’, 그리고 오전 2시 22분에 어김없이 울리는 소리의 정체를 둘러싼 미스터리 연극 ‘2시 22분’이 바로 그것이다. 같은 장르인 ‘공포’를 다루고 있지만, 두 작품은 전혀 다른 분위기와 서사 방식으로 관객의 긴장감을 자극한다.먼저 ‘렛미인’은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9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오는 8월 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작품의 배경은 눈 내리는 스웨덴 외곽의 어느 마을.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외로운 소년 오스카와, 정체불명의 신비한 소녀 일라이의 만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둘의 우정과 교감이 깊어질수록, 마을에는 거꾸로 매달린 채 피를 모두 빼앗긴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고, 관객은 일라이와 그를 지키는 남성 하칸이 사건의 중심에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영화와 달리 배우의 뱀파이어 연기가 무대 위에서 ‘직접적으로’ 펼쳐진다는 점이다. 특히 안무가 스티븐 호겟이 연출한 일라이의 몸짓은 동물적인 본능과 인간 사이를 오가는 괴기함을 극대화하며, 피를 묻힌 채 포효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직접적인 충격을 안긴다. 그러나 연극은 단순한 ‘피의 향연’에 머물지 않는다. 무대 전체를 덮는 눈, 서늘한 푸른 조명, 몽환적인 음악은 무자비한 공포 속에도 서정성을 부여하며, 잔혹한 세계 속에서도 외로움과 삶의 본질을 고요하게 묻는다. 연출가 존 티파니는 “죽지 않는 존재는 결국 가장 외롭고 슬픈 존재가 된다”는 주제를 통해, 공포의 이면에 깃든 인간적인 비극을 그린다. 반면 ‘2시 22분’은 시종일관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심리극이다.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국내에서는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연극은 새집으로 이사 온 주인공 제니가 매일 오전 2시 22분에 반복해서 들리는 정체불명의 소리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남편 샘의 친구 로렌과 벤을 집으로 초대하고, 그들에게 이 이상한 소리를 함께 들어보자고 제안한다.작품의 중심은 ‘유령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논쟁이다. 이성과 과학을 믿는 샘, 감성적이고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심리상담가 로렌, 실용주의자인 전기 기술자 벤, 그리고 영적 현상에 민감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니까지. 각기 다른 관점을 지닌 네 인물이 나누는 팽팽한 대화는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긴장감을 더한다. 대화가 진행되는 사이, 갑작스러운 동물의 울음소리나 아기 울음, 발자국 소리 등이 청각적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오전 2시 22분이 가까워질수록 관객의 심리적인 압박감은 극에 달한다.무대 연출 또한 이러한 긴장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연출을 맡은 김태훈은 “보이지 않는 공포에 시간을 결합하면 긴장이 배가된다”며 무대에 일반 가정에선 보기 어려운 대형 디지털 시계를 설치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시계는 관객에게 시시각각 다가오는 ‘그 시간’을 시각적으로 체감하게 해 공포의 강도를 한층 높인다. 김 연출가는 이어 “심리적 압박감과 인간 관계의 균열도 공포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연극이 단순한 ‘깜짝 놀람’을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로도 이어진다고 덧붙였다.두 작품은 공포라는 동일한 키워드를 공유하지만, 표현 방식과 정서, 메시지는 확연히 다르다. ‘렛미인’이 차가운 눈밭 위에 펼쳐지는 외로운 이들의 잔혹한 운명을 그린다면, ‘2시 22분’은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들은 단순히 더위를 피할 ‘서늘한 체험’이 아닌,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무대이기도 하다.이처럼 각기 다른 색채의 공포를 무대 위에 풀어낸 두 연극은 관객에게 오싹한 체험은 물론, 공포를 넘어선 서사적 깊이까지 전달하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 속, 무대에서 마주하는 두려움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감정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