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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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 혐오스러운 '이 벌레'에게 달려있었다여름철 불청객 '러브버그'의 습격이나 예고 없이 나타난 벌레 한 마리에 기겁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곤충은 그저 징그럽고 피하고 싶은,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대상일 뿐이다. 해충인지 익충인지를 따지기 이전에, 본능적인 혐오감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협한 시선은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이자 인류의 미래를 바꿀 열쇠를 쥔 존재의 가치를 간과하는 것일 수 있다. 곤충은 인간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 행성의 주인이었으며, 그들의 생존 방식 안에는 인류가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곤충의 역사는 인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유구하다. 약 350만 년 전 등장한 인류에 비해 곤충은 무려 3억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 온 까마득한 '선배'다. 종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비교가 무의미하다. 전 세계 포유류가 6,500여 종에 불과한 반면,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곤충은 최소 100만 종을 넘어서며, 미발견종까지 포함하면 최대 22억 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온다. 0.127mm의 초소형 곤충부터 55cm에 달하는 거대 곤충까지, 이토록 다채로운 모습으로 진화하며 번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신체 구조를 생존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혐오의 대상이 아닌 연구의 대상으로 곤충을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혁신의 가능성은 바로 이 곤충들의 놀라운 생활사에서 발견된다. 우주 공간의 극한 환경 실험에서 인간을 대신하는 중요한 모델이 된 것은 다름 아닌 노랑초파리였고,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에서 살아남는 기술은 딱정벌레에게서 배울 수 있다. 혐오의 대명사 바퀴벌레는 수많은 동물의 생리학적 비밀을 풀어내는 중요한 열쇠를 제공하며, 자기 몸의 수십 배를 뛰어오르는 벼룩의 경이로운 점프 능력은 마이크로 로봇 연구에 결정적인 영감을 불어넣는다. 심지어 가장 천대받는 똥파리조차 범죄 현장에 남겨진 유충을 통해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등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법곤충학'이라는 현대 과학수사의 한 분야를 탄생시켰다.이처럼 경이로운 곤충의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한 책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고 과학박물관으로 꼽히는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 에리카 맥앨리스터 박사가 집필한 이 책은, 농업부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곤충이 인류의 미래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저자가 수십 년간 숨겨왔던 90여 장의 진귀한 곤충 사진 자료는 징그럽다는 편견을 넘어선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책을 덮고 난 후에는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작은 초파리 한 마리조차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지 모른다. 그것이 바로 인류의 미래를 바꿀 작은 거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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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차별 문제에 "어려워요"…거장이 눈물과 웃음으로 던지는 묵직한 질문14년 만에 한국 관객을 다시 찾는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은 단순한 재공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재일교포 2.5세 정의신 연출은 이 작품이 오늘날 한일 관계의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가려져 있는 재일한국인의 존재와 그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는 1970년대 일본 간사이 지방의 한 곱창집을 배경으로 끈질기게 살아가는 용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을 조국이라 여기면서도 일본에서 나고 자라야 했던 이들의 복잡다단한 내면과 감춰진 역사를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2008년 한일 양국 국립극장의 합작으로 초연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 작품이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다시 돌아온 것은, 그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증명한다.'야끼니꾸 드래곤'의 서사는 허구의 인물들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속에는 정의신 연출 자신의 삶과 시대적 경험이 깊숙이 녹아있다. 특히 주인공 '용길'의 대사 상당수는 정 연출의 아버지로부터 직접 비롯된 것들이다. "한국에 가려고 짐도 다 쌌는데, 동생이 감기에 걸려 배를 못 탔다"와 같은 대사는 실제 있었던 가족사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아버지가 겪었던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회한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처럼 지극히 사적인 기억들을 작품 속에 투영함으로써, 연극은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재일한국인 공동체의 보편적인 정서와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재일 디아스포라의 삶을 구체적이고 인간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이 작품의 또 다른 백미는 공연 시작 20분 전부터 펼쳐지는 독특한 '프리쇼'에 있다. 배우와 악사들이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오가며 흥겨운 연주를 들려주고, 실제 고기 굽는 냄새를 공연장에 피워 올리며 관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이는 연극을 일종의 '제사'로 여기는 정 연출의 연출관이 반영된 결과다. 어린 시절, 제사를 위해 어머니가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손님들과 나누던 기억처럼, 그 역시 잘 준비한 음악과 장면, 그리고 이야기를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을 단순한 관찰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용길이네 곱창집에 모인 손님처럼 극의 일부가 되어 함께 웃고 떠들며 슬픔을 나누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만든다.궁극적으로 정의신 연출은 '야끼니꾸 드래곤'을 통해 이주민과 소수자가 겪는 차별의 문제를 조명하고, 그 해답을 함께 모색하는 광장을 열고자 한다. 그는 소수자 문제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그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인생이란 희극과 비극이라는 두 개의 철로가 끊임없이 교차하며 나아가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작품은 눈물과 고통 속에서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삶의 본질을 깊이 있게 통찰한다. '기생충'의 연극 각색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그가 14년 만에 다시 꺼내든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외면해왔던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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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바람, 땅…자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단 한 번의 공연으로 한국무용 완전 정복한국 전통 춤의 다채로운 매력을 한 무대에서 집대성한 서울시무용단의 공연 '미메시스'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한국 전통과 민속의 종합선물세트'라는 윤혜정 예술감독의 표현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역사를 지닌 8개의 전통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인 '미메시스', 즉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한다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춤은 물의 흐름(교방무), 바람의 형상(한량무), 땅의 기운(소고춤) 등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해 온 우리 전통과 민속의 깊은 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엄선된 7개의 춤에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을 더해 완성된 8개의 레퍼토리는 한국 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증명한다.'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처럼 관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골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을 여는 교방무가 기생들의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면, 곧이어 펼쳐지는 한량무는 불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흥을 분출하는 소고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승무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정적인 여백의 미와 동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은 한국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각 춤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8개 중 6개의 음악을 새로 작곡한 유인상 음악감독의 미니멀한 접근 방식 또한 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 한복의 '하후상박(上薄下豊)'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대 의상을 완성했다. 특히 한량무에서는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의상에 전통 갓의 챙을 유난히 넓게 제작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버선발의 섬세한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속치마를 시스루 소재로 만들거나 무릎, 뒤꿈치를 과감히 노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전통을 어느 선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각 춤의 특징을 살린 의상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미메시스'는 스타 무용수의 참여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현대무용가 기무간이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장검무와 태평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다루며,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 무용과 한국 무용의 본질적인 차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를 채워서 밖으로 분출하는 현대 무용과 달리, 무용수가 감정을 비워낸 무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 무용의 정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과 스타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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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만의 귀환, AI가 복원한 '해방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니1945년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온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을 맞이하던 그 감격의 순간, 서울역 광장에 울려 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임시정부환영가'. 안타깝게도 가사만 전해져 지난 80년간 그 선율을 아무도 알지 못했던 이 노래가 인공지능(AI) 기술의 힘으로 완벽하게 되살아나 대중 앞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개관 80주년을 맞아 오는 11일부터 개최하는 특별 전시 '해방의 소리, AI로 담다'를 통해 이 노래의 원본 악보를 사상 최초로 공개하고, AI로 복원한 음원까지 함께 선보인다고 밝혔다. 잊혔던 역사의 한 조각이 첨단 기술과 만나 다시 생생한 소리로 우리 곁에 돌아와, 80년 전 그날의 벅찬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게 된 것이다.이번 복원 프로젝트의 결정적인 실마리는 1945년 12월 17일 자 '중앙신문'에서 발견된 악보였다. 지금까지 다른 어떤 기관에서도 공개된 적 없는 이 악보는 '임시정부환영가'의 멜로디를 품고 있는 유일한 단서이자, 역사의 미스터리를 풀 핵심 열쇠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 희귀한 악보 자료를 바탕으로 AI에게 선율을 학습시키고 재구성하게 하는 고도의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가사만 남아 상상 속에 머물러야 했던 노래에 마침내 생명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80년의 긴 세월을 뛰어넘어 해방의 기쁨과 환희를 담은 멜로디가 과연 어떤 느낌일지, 이번 전시를 통해 누구나 직접 확인하고 느껴볼 수 있게 된 셈이다.전시는 '임시정부환영가'에만 그치지 않고, '그날의 감동, 소리로 듣다'와 '도서관의 첫 발자취'라는 두 가지 큰 주제 아래 다채로운 콘텐츠로 풍성하게 채워졌다. 해방 소식을 처음으로 알린 미국之音(VOA) 방송의 한국어 내용을 AI가 분석해 현대적인 대담 형식의 팟캐스트로 재구성한 오디오 콘텐츠, 해방 직후 대한독립협회가 국민에게 무료로 배포했던 안익태 작곡의 '애국가' 악보 등 귀중한 사료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또한 국립도서관 개관 소식을 다룬 1945년 '매일신보' 기사 낭독 음원, 당시 사서들이 손으로 쓴 '사서부일지'를 각색한 영상 등 도서관의 초기 역사를 AI 기술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흥미를 더한다.김희섭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이번 전시가 단순한 기록의 나열을 넘어, 잊혔던 역사를 국민에게 다시 돌려주는 특별한 시도임을 강조했다. 이는 귀중한 역사적 기록을 잠자는 상태로 두지 않고, 현대 기술과 적극적으로 접목해 국민과 공유하고 활용하려는 도서관의 새로운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 31일까지 별도의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더 많은 시민이 80년 전 해방 공간의 뜨거운 감동과 역사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가 불러주는 80년 전 노래는 우리에게 역사를 기억하고 체험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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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작은 뮤지컬’이 ‘아시아의 브로드웨이’ 되기까지…10년의 기록한국 창작 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쓴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브로드웨이의 성공을 발판 삼아 아시아 시장으로 본격적인 확장을 시작한다. 토니상 6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브로드웨이에서 오픈런 공연을 이어가는 동시에, 내년에는 대만과 일본 무대에 한국어 오리지널 버전으로 오르는 쾌거를 이룰 전망이다. 이는 과거 해외 라이선스 작품에 의존하던 한국 뮤지컬 시장이 이제는 창작 콘텐츠를 역수출하는 ‘아시아의 브로드웨이’로 발돋움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제작사 NHN링크는 내년 6월 국내 지방 공연을 마치는 대로 7월 대만, 10월 일본에서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연기하는 초청 공연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이번 아시아 투어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현지화’를 거치지 않은 ‘오리지널’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과거 2017년 일본 공연 당시 현지 관객의 취향에 맞춰 의상과 연출을 일부 변경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무대 연출부터 배우들의 연기까지 한국 초연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가고 현지 언어 자막만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품을 바꾸는 대신, 작품 고유의 매력과 완성도를 무기로 해외 관객에게 다가가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한 뮤지컬 평론가는 이러한 흐름이 ‘어쩌면 해피엔딩’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뮤지컬의 달라진 위상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국내에서는 10주년 기념 공연이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무대는 초연과 재연을 제작했던 한경숙 프로듀서가 다시 지휘봉을 잡고 작품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2060년 서울’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더욱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음악감독과 의상 디자이너를 제외한 모든 창작진을 교체하고, 기존의 미니멀한 소품 활용에서 벗어나 무대 세트가 회전하고 솟아오르는 등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는 작품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한다.사실 이 모든 성공의 이면에는 브로드웨이 진출이 무산될 뻔한 아찔한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지난해 한 투자사가 갑작스럽게 투자를 철회하면서 프로젝트 전체가 좌초될 위기에 놓였던 것이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바로 국내 판권을 보유한 NHN링크였다. 한경숙 프로듀서는 제작비의 12.5%에 달하는 26억 원의 투자를 극적으로 성사시키며 기적처럼 브로드웨이행을 이뤄냈다. NHN링크는 이번 성공을 발판 삼아 티켓 판매 수익을 다시 우수한 작품 제작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앞으로도 새로운 브로드웨이 신작에 투자하는 등 제작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원대한 계획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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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원장이 직접 번역해 '1000만원' 상금까지 받은 문제의 작품제19회 유영번역상의 영예가 미국 작가 솔 벨로의 대표작 ‘험볼트의 선물’을 우리말로 옮긴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에게 돌아갔다. 이 소식은 단순한 수상 소식을 넘어, 오랫동안 한국 독자들이 만나볼 수 없었던 거대한 문학적 봉우리가 마침내 우리 곁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유영학술재단은 5일, 미국 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번역의 난해함 때문에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이 장편소설을 성공적으로 번역해낸 전 원장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며 그를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의 독자들은 한 번역가의 끈질긴 노력을 통해 새로운 문학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귀한 '선물'을 받게 되었다.심사위원회는 ‘험볼트의 선물’이 지닌 문학적 무게감과 번역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전 원장의 작업을 "큰 성취"라고 극찬했다. 작품 특유의 복잡다단한 구도와 방대한 소재,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변화무쌍한 행태와 사유의 흐름은 번역가에게 엄청난 도전을 요구하는 요소다. 심사위는 이러한 난이도를 고려할 때, 전 원장의 번역이 "견실한 역량과 노고가 이뤄낸 값진 결과물"이라며, 그의 깊이 있는 언어적 이해와 끈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한 외국어 실력을 넘어, 원작의 문학적 정수까지 꿰뚫는 통찰력이 빚어낸 쾌거라 할 수 있다.이번 수상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된 전수용 원장은 학계와 번역계에서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인물이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영문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모교인 이화여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써왔다. 학자로서의 깊이뿐만 아니라, ‘켈트신화와 전설’, ‘범죄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번역하며 실력 있는 번역가로서의 입지도 굳건히 다졌다. 지난해 한국문학번역원장으로 임명되어 한국 문학의 세계화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그이기에 이번 수상이 더욱 의미 깊게 다가온다.올해로 19회를 맞은 유영번역상은 연세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였던 고(故) 유영 교수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국내 번역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07년 유족들이 고인의 이름을 따 제정한 권위 있는 상이다. 수상자에게는 1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오는 13일 오후 6시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며, 특히 시상식에 앞서 ‘AI 시대의 문학번역’이라는 시의성 있는 주제로 제10회 유영학술재단 번역심포지엄이 함께 개최되어 번역계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의미 있는 논의의 장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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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기술 맞아?…현대 과학으로도 증명된 가야의 '넘사벽' 철강 기술'철의 왕국' 가야의 기마무사는 과연 얼마나 강력했을까. 1500년 전, 철갑으로 무장한 채 전장을 누볐을 가야의 기마군단은 오랫동안 상상 속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가 진행한 한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그 실체가 베일을 벗었다. 아라가야 왕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함안 말이산 고분군, 그중에서도 말 갑옷과 투구 등 다량의 철제 유물이 쏟아져 나온 8호분 출토품을 바탕으로 고대 기술의 비밀을 파헤치는 시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연구소는 당시 기술로 제작된 말 갑옷 재현품에 실제 쇠 화살을 발사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그 놀라운 결과를 영상으로 공개하며 잊혔던 가야의 기술력을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되살려냈다.이번 실험의 핵심은 단순히 갑옷의 튼튼함을 시험하는 것을 넘어, 가야인들이 철의 성질을 얼마나 정교하게 이해하고 활용했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있었다. 연구팀은 출토된 말 갑옷의 부위별 성분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 함량을 달리한 재현품을 제작했다. 말의 목과 가슴을 보호하는 중요 부위인 경·흉갑은 탄소 함량 0.8%의 고탄소강으로,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많은 몸통 부위의 신갑은 0.2%의 저탄소강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갑옷들을 향해 강력한 쇠 화살을 발사하며 각 부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이는 가야의 장인들이 단순히 철을 두드려 갑옷을 만든 것이 아니라, 부위별 특성에 맞춰 강도와 유연성을 조절하는 첨단 야금 기술을 보유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탄소 함량이 높은 0.8%의 경·흉갑은 화살의 강력한 충격을 그대로 튕겨내며 완벽한 방어 성능을 보여주었다. 화살촉이 갑옷 표면에 부딪히는 순간 불꽃이 튀었지만, 갑옷은 뚫리지 않고 효과적으로 충격을 흡수했다. 반면, 탄소 함량이 낮은 0.2%의 신갑은 화살에 의해 쉽게 관통당했다. 하지만 여기서 가야인들의 지혜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여러 장의 작은 철판을 가죽끈으로 엮어 만든 '찰갑(札甲)' 특유의 구조 덕분에, 첫 번째 철판이 뚫리더라도 겹쳐진 다음 철판이 화살을 막아내 말의 몸체까지 피해가 가는 것을 막아준 것이다. 또한 가죽끈이 끊어지더라도 갑옷 전체가 파손되지 않아, 전투 후 손상된 부분만 교체하여 수리하는 것도 용이했을 것으로 분석됐다.이번 실험은 가야의 갑옷이 단순한 쇳덩어리가 아니라, 과학적인 계산과 경험이 집약된 최첨단 방어 시스템이었음을 명백히 증명했다. 가야인들은 탄소 함량 조절을 통해 강철을 생산하고, 이를 부위별 특성에 맞게 적용하는 고도의 금속 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철의 왕국'이라는 명성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실험이 가야의 철기 제작 기술과 병기 운용 방식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15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되살아난 가야의 기술력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실험 영상 전체를 통해 더욱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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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송이 생화 짓밟으며 춤춘다…25년 만에 돌아온 전설의 '충격적' 무대현대무용의 역사를 바꾼 전설, 피나 바우쉬의 대표작 '카네이션'이 25년 만에 한국 관객을 다시 만난다. 2000년 LG아트센터의 개관을 알렸던 바로 그 작품이,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한번 무대를 붉은 카네이션으로 물들인다. '카네이션'은 무용에 연극적 요소를 결합한 '탄츠테아터'라는 장르의 정수를 보여주는 초기작으로, 칠레 안데스 산맥의 드넓은 카네이션 들판에서 영감을 얻었다. 무대를 가득 메운 9천 송이의 생화 카네이션 위에서 무용수들이 펼치는 몸짓은 단순한 춤을 넘어,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한 편의 강렬한 서사시다. 2009년 바우쉬가 타계한 이후, 그가 창단한 '탄츠테아터 부퍼탈' 무용단이 그의 예술적 유산을 이어가며 전 세계에 바우쉬의 정신을 전파하고 있다.이번 공연이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세대의 공존 때문이다. 30년째 무용단에서 활동 중인 김나영 리허설 어시스턴트는 25년 전 '카네이션' 한국 초연 당시 무용수로 무대에 섰지만, 이제는 젊은 무용수들을 지도하는 스승의 역할로 돌아왔다. 발레를 전공하던 그에게, 모든 무용수가 각기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무대가 꽃으로 뒤덮인 '카네이션'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 충격은 곧 그의 인생을 바꾼 거대한 영감이 되었고, 결국 탄츠테아터 부퍼탈에 입단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나영 어시스턴트는 바우쉬와 함께했던 베테랑 무용수들의 경험과 기억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며, 그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이야말로 바우쉬의 유산을 미래로 전달하는 진정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카네이션'은 아름다운 꽃밭 위에서 펼쳐지는 낭만적인 춤이 아니다. 다니엘 지크하우스 예술감독의 설명처럼, 작품 속에는 권력의 작동 방식과 폭력적인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바우쉬는 결코 자신의 해석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삶의 단면들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일 뿐,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느낄지는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러한 열린 해석의 가능성이야말로 그의 작품이 시대를 넘어 여전히 우리의 현실과 깊이 조응하며 강력한 울림을 주는 이유다. 이번 무대에는 바우쉬와 직접 작업했던 안드레이 베진, 아이다 바이네리 같은 베테랑 무용수와 2019년 이후 합류한 젊은 피가 함께 오르며, 한 무대 위에서 과거의 깊이와 현재의 에너지가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결국 25년 만의 귀환은 단순한 재공연을 넘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의 예술혼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계승되고 재창조되는지를 목도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김나영 어시스턴트가 처음 느꼈던 충격과 전율을 이제 새로운 세대의 무용수들이 자신들의 몸으로 표현하고, 관객들은 그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9천 송이 카네이션 위에서 펼쳐지는 몸짓들은 사랑과 폭력,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 등 우리 삶의 복합적인 모습들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하게 만든다. 피나 바우쉬는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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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기와, 흙덩이가 예술로? 버려질 뻔한 유물의 눈부신 인생 역전땅속에 잠들어 있던 이름 없는 유물이 현대 예술가의 손길을 거쳐 지금, 여기의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 국가의 품에 온전히 안기지 못했던 ‘비귀속 유물’의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특별한 전시, ‘땅의 조각, 피어나다’가 서울의 심장, 덕수궁에서 그 막을 올린다. 국가유산청과 한국문화유산협회가 함께 마련한 이번 전시는 4일부터 16일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덕수궁을 무대로 펼쳐진다. ‘비귀속 유물’이란 발굴되었으나 보존 상태나 규모 등의 행정적 이유로 아쉽게 국가 소장품으로 등록되지 못한 유물을 뜻한다. 하지만 국보나 보물이 아니라고 해서 그 가치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땅의 생활 문화와 시대적 맥락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소중한 사료인 이 유물들을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활용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 바로 ‘옛 것에 현재를 담는다’는 의미의 ‘예담고’이며, 이번 전시는 그 의미를 생생하게 구현하는 프로젝트다.이번 전시는 발굴되어 보존되던 유물이 예술가의 해석과 창작을 통해 대중과 공유되는, 유물의 새로운 ‘생애 주기’를 제시한다. 더 이상 과거의 흔적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를 살아 숨 쉬는 ‘문화’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다. 전통공예와 현대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8인의 작가가 예담고에 보관된 석기, 토기, 청자, 기와 등 잠들어 있던 유물에 각자의 상상력과 기술로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조선 왕궁의 품격과 근대의 시간성이 공존하는 덕수궁이라는 공간 자체가 전시에 깊은 상징성을 더한다. 과거의 조각들이 현재의 예술과 만나는 이번 전시는 덕수궁의 고즈넉한 풍경과 어우러져 관람객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미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땅의 조각을 피워냈다. 국가무형유산 궁중채화 보유자 최성우는 토기가 흙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발굴의 경이로운 순간을 비단 꽃으로 피워내 찬란한 문화를 형상화했다. 화예가 레오킴과 사진예술가 김유정은 평범한 기와 조각을 소재로 미디어아트와 식물 조형작품을 선보이며 과거의 유물이 현재의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김호준과 최지은 작가는 깨지고 결손된 유물의 상처를 석고로 복원한 뒤 그 위에 전통회화 작업을 더해 상실과 복원,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시도했다. 또한, 3D 프린팅 공예가 서은하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현대적인 화병에 예담고의 토기를 결합해 전통과 미래 기술의 조화를 꾀했으며, 유리공예가 이규비는 투박한 석기에서 영감을 받아 빛과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씨앗의 강인한 생명력을 영롱한 유리공예로 표현했다.관람객들이 직접 유물과 교감할 수 있는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오는 7일 오후 2시 덕수궁 덕홍전에서는 레오킴 작가가 직접 작품의 창작 과정을 공유하고 시연을 선보이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또한, 함녕전 화랑에는 관람객이 유물을 직접 만져보고 그 질감을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 공간이 조성되며, 14일에는 석고 조각에 색을 입혀보는 전통회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예담고’가 단순한 유물 보관 창고를 넘어, 잊혀 가는 우리 문화유산과 국민이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열린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가을, 덕수궁에서 잠들어 있던 땅의 조각들이 피워내는 아름다운 예술의 향연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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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놓치면 100% 후회, 30주년 맞아 작정하고 다 퍼주는 김해 도자기 축제가을의 정취가 깊어가는 11월, 30년이라는 뜻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경남 김해의 대표 문화유산인 김해분청도자기축제가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올해는 ‘분청의 시간, 세종을 만나다’라는 특별한 부제 아래, 4일부터 9일까지 김해분청도자박물관 일원을 무대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으로 거듭난다. 김해시는 축제 30주년을 기념하여 방문객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사하고자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기존의 축제 공간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전역까지 과감하게 확장하여 탁 트인 개방감을 확보했으며, 방문객들의 가장 큰 불편 사항이었던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임시 주차장을 마련하고 행사장 곳곳을 편안하게 오갈 수 있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관람객의 동선과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세심한 개선이 돋보인다.이번 축제는 30년의 역사를 발판 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축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특히 아날로그적 감성의 도자 예술에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시도가 눈에 띈다. 인기 체험 부스의 고질적인 대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QR코드를 활용한 스마트 대기 시스템을 도입하여 관람객들이 불필요하게 줄을 서서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다른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토더기 스탬프 투어’는 축제장 곳곳에 숨겨진 미션을 수행하며 디지털 게임처럼 즐기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축제의 서막은 도예인들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행진하는 ‘사기장 퍼레이드’가 장식했으며, 축제 30주년의 역사를 담은 기념 영상 상영과 트로트 가수 방수정의 흥겨운 축하 공연이 이어져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축제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전시 프로그램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볼거리로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번 축제의 부제와 맞닿아 있는 ‘세종대왕자 태항아리’ 특별전은 좀처럼 보기 힘든 귀한 유물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와 더불어, 국내 최고 권위의 도예 공모전인 제16회 대한민국분청도자대전과 제17회 경남찻사발공모전의 수상작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한민국 도예 예술의 정수를 아낌없이 선보인다. 교류와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김해뿐만 아니라 진주, 이천 등 유네스코 공예창의도시들의 특색있는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되었으며, 세계적인 명성의 월드바리스타챔피언 로스터리 브랜드인 ‘모모스커피’, ‘에어리커피’가 김해 청년 도예작가들과 손잡고 특별한 협업 매장을 운영, 수준 높은 커피 시음회까지 열어 도자와 커피의 이색적인 만남을 주선한다.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축제를 넘어, 오감으로 즐기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은 김해분청도자기축제만의 자랑이다. 뜨거운 전통가마에 직접 ‘소떡소떡’을 구워 먹는 이색적인 미식 체험부터, 온 가족이 함께 흙을 만지며 세상에 하나뿐인 도자기를 빚어보는 ‘가족도자기 만들기 대회’, 흙을 가장 높이 쌓아 올리는 팀이 승리하는 ‘가족 흙높이쌓기 대회’ 등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재미를 더한 프로그램들이 가득하다. 이 밖에도 도자 파편으로 꾸며진 길을 걸으며 명상하는 ‘도자기 발걸음 산책과 사운드 테라피’, 도공의 옷을 입고 물레를 돌리며 잠시나마 김해의 도공이 되어보는 ‘나도 김해 도공’ 등은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과 힐링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