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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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기와, 흙덩이가 예술로? 버려질 뻔한 유물의 눈부신 인생 역전땅속에 잠들어 있던 이름 없는 유물이 현대 예술가의 손길을 거쳐 지금, 여기의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 국가의 품에 온전히 안기지 못했던 ‘비귀속 유물’의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특별한 전시, ‘땅의 조각, 피어나다’가 서울의 심장, 덕수궁에서 그 막을 올린다. 국가유산청과 한국문화유산협회가 함께 마련한 이번 전시는 4일부터 16일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덕수궁을 무대로 펼쳐진다. ‘비귀속 유물’이란 발굴되었으나 보존 상태나 규모 등의 행정적 이유로 아쉽게 국가 소장품으로 등록되지 못한 유물을 뜻한다. 하지만 국보나 보물이 아니라고 해서 그 가치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땅의 생활 문화와 시대적 맥락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소중한 사료인 이 유물들을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활용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 바로 ‘옛 것에 현재를 담는다’는 의미의 ‘예담고’이며, 이번 전시는 그 의미를 생생하게 구현하는 프로젝트다.이번 전시는 발굴되어 보존되던 유물이 예술가의 해석과 창작을 통해 대중과 공유되는, 유물의 새로운 ‘생애 주기’를 제시한다. 더 이상 과거의 흔적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를 살아 숨 쉬는 ‘문화’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다. 전통공예와 현대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8인의 작가가 예담고에 보관된 석기, 토기, 청자, 기와 등 잠들어 있던 유물에 각자의 상상력과 기술로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조선 왕궁의 품격과 근대의 시간성이 공존하는 덕수궁이라는 공간 자체가 전시에 깊은 상징성을 더한다. 과거의 조각들이 현재의 예술과 만나는 이번 전시는 덕수궁의 고즈넉한 풍경과 어우러져 관람객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미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땅의 조각을 피워냈다. 국가무형유산 궁중채화 보유자 최성우는 토기가 흙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발굴의 경이로운 순간을 비단 꽃으로 피워내 찬란한 문화를 형상화했다. 화예가 레오킴과 사진예술가 김유정은 평범한 기와 조각을 소재로 미디어아트와 식물 조형작품을 선보이며 과거의 유물이 현재의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김호준과 최지은 작가는 깨지고 결손된 유물의 상처를 석고로 복원한 뒤 그 위에 전통회화 작업을 더해 상실과 복원,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시도했다. 또한, 3D 프린팅 공예가 서은하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현대적인 화병에 예담고의 토기를 결합해 전통과 미래 기술의 조화를 꾀했으며, 유리공예가 이규비는 투박한 석기에서 영감을 받아 빛과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씨앗의 강인한 생명력을 영롱한 유리공예로 표현했다.관람객들이 직접 유물과 교감할 수 있는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오는 7일 오후 2시 덕수궁 덕홍전에서는 레오킴 작가가 직접 작품의 창작 과정을 공유하고 시연을 선보이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또한, 함녕전 화랑에는 관람객이 유물을 직접 만져보고 그 질감을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 공간이 조성되며, 14일에는 석고 조각에 색을 입혀보는 전통회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예담고’가 단순한 유물 보관 창고를 넘어, 잊혀 가는 우리 문화유산과 국민이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열린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가을, 덕수궁에서 잠들어 있던 땅의 조각들이 피워내는 아름다운 예술의 향연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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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놓치면 100% 후회, 30주년 맞아 작정하고 다 퍼주는 김해 도자기 축제가을의 정취가 깊어가는 11월, 30년이라는 뜻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경남 김해의 대표 문화유산인 김해분청도자기축제가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올해는 ‘분청의 시간, 세종을 만나다’라는 특별한 부제 아래, 4일부터 9일까지 김해분청도자박물관 일원을 무대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으로 거듭난다. 김해시는 축제 30주년을 기념하여 방문객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사하고자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기존의 축제 공간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전역까지 과감하게 확장하여 탁 트인 개방감을 확보했으며, 방문객들의 가장 큰 불편 사항이었던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임시 주차장을 마련하고 행사장 곳곳을 편안하게 오갈 수 있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관람객의 동선과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세심한 개선이 돋보인다.이번 축제는 30년의 역사를 발판 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축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특히 아날로그적 감성의 도자 예술에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시도가 눈에 띈다. 인기 체험 부스의 고질적인 대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QR코드를 활용한 스마트 대기 시스템을 도입하여 관람객들이 불필요하게 줄을 서서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다른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토더기 스탬프 투어’는 축제장 곳곳에 숨겨진 미션을 수행하며 디지털 게임처럼 즐기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축제의 서막은 도예인들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행진하는 ‘사기장 퍼레이드’가 장식했으며, 축제 30주년의 역사를 담은 기념 영상 상영과 트로트 가수 방수정의 흥겨운 축하 공연이 이어져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축제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전시 프로그램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볼거리로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번 축제의 부제와 맞닿아 있는 ‘세종대왕자 태항아리’ 특별전은 좀처럼 보기 힘든 귀한 유물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와 더불어, 국내 최고 권위의 도예 공모전인 제16회 대한민국분청도자대전과 제17회 경남찻사발공모전의 수상작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한민국 도예 예술의 정수를 아낌없이 선보인다. 교류와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김해뿐만 아니라 진주, 이천 등 유네스코 공예창의도시들의 특색있는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되었으며, 세계적인 명성의 월드바리스타챔피언 로스터리 브랜드인 ‘모모스커피’, ‘에어리커피’가 김해 청년 도예작가들과 손잡고 특별한 협업 매장을 운영, 수준 높은 커피 시음회까지 열어 도자와 커피의 이색적인 만남을 주선한다.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축제를 넘어, 오감으로 즐기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은 김해분청도자기축제만의 자랑이다. 뜨거운 전통가마에 직접 ‘소떡소떡’을 구워 먹는 이색적인 미식 체험부터, 온 가족이 함께 흙을 만지며 세상에 하나뿐인 도자기를 빚어보는 ‘가족도자기 만들기 대회’, 흙을 가장 높이 쌓아 올리는 팀이 승리하는 ‘가족 흙높이쌓기 대회’ 등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재미를 더한 프로그램들이 가득하다. 이 밖에도 도자 파편으로 꾸며진 길을 걸으며 명상하는 ‘도자기 발걸음 산책과 사운드 테라피’, 도공의 옷을 입고 물레를 돌리며 잠시나마 김해의 도공이 되어보는 ‘나도 김해 도공’ 등은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과 힐링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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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두 천재의 '절친 케미', 악보에 없는 전율을 만든다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두 명의 젊은 거장이 서울에서 조우한다. 스웨덴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24)와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9), 북유럽이 낳은 이 두 명의 반짝이는 별이 오는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20대라는 젊은 나이가 무색하게 이미 세계 최정상의 무대를 누비고 있는 이들은, 단순한 협연자를 넘어 깊은 음악적 교감을 나누는 파트너로서 한국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특히 아홉 살에 데뷔해 열다섯에 세계적인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과 최연소 전속 계약을 맺으며 '신동'으로 불렸던 로자코비치의 한층 깊어진 음악 세계에 기대가 모인다.이번 무대에서 로자코비치가 선택한 곡은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다. 멘델스존, 브람스, 베토벤의 작품과 함께 '독일 낭만주의 4대 협주곡'으로 꼽히는 명곡으로, 서정적인 선율과 극적인 구성이 특징이다. 로자코비치는 이 곡을 일부에서 '작은 브람스 협주곡'이라 부르는 평가에 단호히 선을 그으며, 그 자체로 완벽하게 독립적인 위대한 작품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브루흐 음악의 정수는 작곡가가 탐구한 '아름다움'의 본질과 오케스트라와의 조화 속에서 폭발하는 강렬한 에너지에 있으며, 특히 로열콘세르트헤바우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악단과 함께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이 곡은 4대 협주곡 중에서도 가장 매혹적인 작품으로, 그의 섬세한 해석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이번 공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로자코비치와 메켈레가 선보일 '절친 케미스트리'다. 로자코비치에게 메켈레는 단순한 동료 지휘자를 넘어, 무대 안팎에서 깊은 영감을 주고받는 소중한 친구이자 음악적 파트너다.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로서 함께 실내악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며 다져온 두 사람의 끈끈한 유대감은, 지휘자와 솔리스트라는 관계로 확장되어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예정이다. 무대 위에서 서로의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연주자에게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라는 그의 말처럼, 두 사람이 만들어낼 음악적 대화는 악보 이상의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어린 시절의 기교를 넘어 자신만의 음악적 해석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로자코비치는 최근 슈만의 음악에 깊이 빠져있다. 특히 슈만이 온전한 정신과 광기의 경계에서 싸우며 써 내려간 마지막 바이올린 협주곡에 매료되었다고 고백한다. 슈만 스스로 '천사들의 속삭임'이라 표현했던 그 선율에서 마치 작별 인사를 건네는 듯한 처연함을 느낀다는 그의 모습은, 한 명의 테크니션을 넘어 깊이 사유하는 예술가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과거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열정을 '특별한 하이라이트'로 기억한다는 그가 오랜 친구 메켈레, 그리고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돌아와 어떤 감동의 무대를 펼쳐 보일지, 클래식 팬들의 심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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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한 디테일"…조선 장인의 '덕질'이 만들어낸 역대급 유물조선시대 갑옷과 투구, 그리고 그것을 보관하던 함까지 온전한 형태로 구성된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31일, 해당 유물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유물은 1975년 온양민속박물관 개관을 준비하던 설립자 구정 김원대 선생이 한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단순한 갑옷과 투구를 넘어 보관함과 각종 부속품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 그 희귀성을 더한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대부분의 조선시대 갑주 유물이 19세기 이후의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지정 예고 대상 역시 19세기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당대 최고의 공예 기술이 집약된 왕실 의장용 혹은 전시용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이 갑주는 붉은색 전(氈)과 푸른색 구름무늬 비단으로 만들어진 두루마기 형태의 전형적인 전갑(氈甲)이다. 좌우가 대칭을 이루고 소매는 짧으며, 양옆을 터서 활동성을 높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갑옷의 표면에는 둥근 금속 장식인 두정(頭頂)을 일정한 간격으로 박고, 네 개의 발가락을 가진 용(사조룡), 호랑이, 여의주 등 상서로운 동물을 형상화한 금속 장식을 부착하여 화려함과 위엄을 더했다. 특히 양어깨에 달린 용 모양의 견철(肩鐵)은 네 마디로 나뉜 몸통과 함께 입과 혀가 정교하게 움직이도록 제작되어, 당대 금속 공예 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방어구를 넘어, 착용자의 신분과 권위를 상징하는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여실히 증명하는 부분이다.투구 역시 갑옷 못지않은 정교함과 예술성을 자랑한다. 정수리 장식, 투구의 몸체인 감투, 그리고 목을 보호하는 드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뾰족한 반구 형태의 감투는 금속 바탕에 은실을 박아 무늬를 새기는 은입사 기법으로 장식되었다. 감투의 앞뒤와 양옆에는 봉황과 사조룡 형상을 섬세하게 부착하였고, 앞쪽에는 금속 차양과 이마가리개를 덧대어 실용적인 보호 기능까지 강화했다. 갑옷과 투구를 보관하는 갑주함은 전통 목칠 기법으로 제작되었으며, 내부 공간을 위아래로 나누어 투구와 갑옷을 각각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 심지어 투구의 장식을 따로 보관하기 위한 작은 함(간주함)과 보자기까지 남아있어, 유물을 온전히 보존하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정성을 엿볼 수 있다.국가유산청은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이 구성품 전체가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어 완전성이 매우 높고, 조선 말기 갑주와 관련 공예 기술 연구 및 복원에 있어 대체 불가능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갑옷과 투구의 구조, 문양, 금속 장식, 가장자리의 모피 처리까지 세세한 부분이 모두 남아있어, 당시의 제작 기술과 미의식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는 것이다. 앞으로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유산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공식 지정될 예정이다. 이번 지정을 통해 조선 후기 공예 기술의 백미를 보여주는 이 유물이 더욱 체계적으로 보존, 연구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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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대모'가 선보인 '고춧가루 없는 김치'의 정체…외국인들 극찬 쏟아진 이유전통의 깊이를 탐색하고 창의적인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2025 한식 컨퍼런스’가 국내외 미식 전문가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모험적인 식탁, 한식의 미래’라는 대주제 아래, 한식의 근간을 이루는 채소 발효 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미래 세대 교육 및 연구 생태계 구축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장으로 마련되었다. 단순한 음식의 소개를 넘어 한식에 담긴 철학과 정체성을 세계적인 담론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전통과 창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미식의 지평을 열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이번 컨퍼런스의 핵심 화두는 단연 ‘채소 발효’였다.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한식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김치와 발효 문화의 다채로운 면모가 집중적으로 소개되었다. ‘한식의 대모’ 조희숙 셰프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전통 방식의 동치미와 간장 김치를 직접 시연하며 한국 채소 발효의 역사적 깊이와 문화적 가치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어 벽제갈비의 윤원석 셰프는 최상급 한우와 채소 발효의 절묘한 조화를 선보이며 육류와 채소가 어우러지는 한국 고기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었고, 온지음의 조은희·박성배 셰프는 전통시장의 제철 식재료가 발효를 거쳐 일상의 반찬으로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풀어내며 한식의 일상적 미학을 조명했다. 특히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는 계절과 지역별 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치 카트’를 통해, 발효가 단순한 보존 기법을 넘어 한식의 확장 가능성을 여는 창의적 도구임을 입증했다.컨퍼런스 본 세션에서는 한식의 미래를 위한 더욱 심도 깊은 논의가 펼쳐졌다. 권우중 셰프는 “김치는 이제 반찬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독립된 요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역설하며, 발효 음식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강조했다. 이어진 대담에서는 스페인의 전설적인 미식 거장 페란 아드리아를 비롯해 포르투갈, 인도, 태국 등 세계 각국의 스타 셰프들이 참여하여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글로벌 셰프 양성, 국제 연구 협력, 교육 생태계 구축 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페란 아드리아는 스페인 마드리드 컬리너리 캠퍼스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며 “요리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대학과 교육에 대한 투자가 미식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해, 한식의 미래가 탄탄한 교육 인프라 구축에 달려 있음을 시사했다.행사의 대미는 한식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페란 아드리아는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혁신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공유했고, 알리시아 재단의 토니 마사네스 소장은 프랑스, 스페인, 페루 등 세계 미식 혁명의 역사를 짚어보며 한식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영감을 제공했다. 마지막 대담에서는 이들 세계적인 석학과 국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식의 철학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전수할 수 있는 교육 및 연구 인프라 구축의 시급성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식의 전통과 창의성이 세계 미식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음을 확인하고, 그 가치를 미래 세대로 이어가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다짐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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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 끝냈는데…美 셧다운에 발목 잡힌 '이건희 컬렉션'의 눈물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이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딪힌 ‘이건희 컬렉션’의 첫 해외 순회 전시가 결국 개막을 무기한 연기하며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되었다. 당초 오는 11월 8일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릴 예정이었던 이번 특별전은, 미국 정치권의 대립으로 인한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측은 연방정부의 셧다운으로 박물관이 임시 휴관에 들어갔으며, 공식적인 재개관 이후에야 전시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공식적으로 전달해왔다. 이에 따라 전시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11월 6일로 예정되었던 개막 프리뷰 행사 역시 갑작스럽게 연기되면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세기의 기증품 해외 나들이는 시작부터 삐걱거리게 되었다.이번 전시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수만 점의 문화유산과 미술품 중 정수를 엄선하여 처음으로 해외 관객에게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한국의 보물: 수집하고, 아끼고, 공유하다’라는 주제 아래,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한 기증품 200여 점이 워싱턴 D.C.의 심장부에서 한국 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알릴 예정이었다. 2021년부터 양국 박물관 간의 긴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2023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이 한국실 지원사업 협약을 체결하며 전시 준비에 박차를 가해왔다. 수년간의 노력과 준비가 결실을 보는 역사적인 순간을 앞두고, 외부의 정치적 변수로 인해 모든 일정이 불투명한 안갯속에 빠지게 된 것이다.현재 현지에서는 모든 전시 준비가 완료되었음에도 문을 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큐레이터들은 이미 미국 현지로 건너가 모든 유물의 안전한 이동과 배치를 마쳤으며, 전시 공간 구성과 설치 작업 또한 대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에서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관람객을 맞이할 일만 남겨두었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 재단인 스미스소니언 산하의 모든 박물관이 문을 닫으면서 속수무책으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셧다운과 상관없이 진행할 것이라고는 했지만, 관장 뜻대로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언급한 대목은, 문화 교류에 대한 열의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을 실감하게 한다.단순한 일정 지연을 넘어, 이번 사태가 향후 예정된 순회 전시 전체에 연쇄적인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후 시카고박물관과 영국박물관 등에서의 순회 전시가 이미 계획되어 있어 일정을 무한정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셧다운 사태가 길어질 경우, 워싱턴 전시 기간이 대폭 축소되는 것은 불가피하며, 이는 ‘이건희 컬렉션’을 손꼽아 기다려온 현지 관람객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한국 문화의 정수를 세계에 알리려던 야심 찬 계획이 시작부터 암초를 만나면서, 향후 순회 전시 일정의 전면적인 재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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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다 모였는데 주인공은 처음 보는 얼굴?…'국민 도적' 홍길동의 파격 세대교체25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 마당놀이 '홍길동전'이 단순한 추억의 재현을 넘어, 2025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정조준하는 날카로운 풍자극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마당놀이의 신화'를 썼던 연출 손진책, 작곡 박범훈, 안무 국수호, 연희감독 김성녀 등 원조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홍길동이 온다'는 과거의 영광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서자의 설움이라는 고전 서사를 오늘날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 사회적 단절, 그리고 만연한 불평등 문제와 정면으로 교차시킨다. 1993년 초연 당시 부패한 권력과 위선을 통렬하게 꼬집었던 파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 칼끝이 향하는 방향을 동시대의 모순으로 옮겨와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이번 공연의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주인공 홍길동을 당대 최고의 여성 소리꾼들이 연기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원조 홍길동'으로 전설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김성녀의 뒤를 이어,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이소연과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의 김율희가 더블 캐스팅되어 각기 다른 매력의 K-히어로를 선보인다. 이는 정형화된 남성 영웅 서사를 탈피하는 신선한 시도이자, 두 소리꾼의 섬세하면서도 호쾌한 에너지가 지금 시대가 마주한 답답함을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원조' 김성녀 연희감독은 "강직한 리더십의 이소연표 홍길동과 자유롭고 당찬 김율희표 홍길동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후배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내, 세대교체를 통해 더욱 풍성해질 홍길동의 새로운 모습를 예고했다.2025년의 홍길동은 혼자가 아니다. 원작에는 없던 여성 활빈당원 '삼충'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 극에 유쾌한 활력을 불어넣고, 30여 년간 국립창극단을 지킨 김학용을 비롯한 실력파 배우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특히 이번 공연은 마당놀이의 전통적인 틀을 넘어선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공중을 나는 플라잉 액션, 관객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술, 아크로바틱과 롤러스케이트 퍼포먼스까지, 50여 명의 출연진이 쉴 틈 없이 무대를 누비며 홍길동의 신묘한 활약상을 역동적으로 구현한다. 여기에 작곡가 김성국이 새롭게 합류하여 기존 음악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힌 세련된 음악은 극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린다.이 모든 새로움 속에서도 마당놀이의 핵심인 '신명과 소통'의 가치는 변치 않는다. 공연 시작 전 엿을 나누어 먹는 소박한 정부터, 돼지머리에 복돈을 꽂으며 새해의 안녕을 비는 고사, 공연 내내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추임새와 마지막을 장식하는 뒤풀이 춤판까지, '홍길동이 온다'는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며 완성하는 축제의 장을 펼친다. 웃음과 해학으로 묵은해의 부정적인 것들을 털어내고, 마음속에 희망을 심어주는 한국형 송구영신(送舊迎新) 공연으로서, 연말연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웃음과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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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홍길동에 롤러스케이트 활빈당까지…국립극장, 작정하고 만든 역대급 마당놀이시대를 초월한 영웅 홍길동이 국립극장의 대표 브랜드 마당놀이로 화려하게 귀환한다. 국립극장은 오는 11월 28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하늘극장에서 기획공연 ‘홍길동이 온다’를 무대에 올린다. 2014년 ‘심청이 온다’를 시작으로 10년간 흥행 신화를 이어온 국립극장 마당놀이 시리즈의 명성을 잇는 이번 작품은 극단 미추의 기존 ‘홍길동전’을 오늘날의 시대상에 맞게 재해석한 버전이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고전 영웅 서사를 마당놀이 특유의 해학과 풍자로 풀어내어, 단순한 고전의 재현을 넘어 현시대와 호흡하는 새로운 홍길동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홍길동이 겪었던 부조리한 현실을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과 정면으로 연결시킨다는 점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던” 서자 홍길동의 울분과 차별의 설움은 현시대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 사회적 단절, 그리고 날로 심화되는 불평등 문제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시대를 관통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 관객들은 단순히 과거의 영웅담을 즐기는 것을 넘어,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을 되돌아보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마당놀이 특유의 신랄한 풍자와 유머는 무거운 주제를 결코 무겁지 않게 풀어내며 관객들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낼 것이다.‘홍길동이 온다’는 파격적인 캐스팅과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기존 영웅 서사의 틀을 과감하게 깨뜨린다.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이소연과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의 김율희, 두 명의 대표 여성 소리꾼이 홍길동 역에 더블 캐스팅되었다. ‘젠더 프리’ 캐스팅을 통해 남성 중심의 전통적인 영웅상에서 벗어나, 성별의 경계를 허문 새로운 시대의 리더상을 제시한다. 또한 원작에는 없던 여성 활빈당원 ‘삼충’이라는 캐릭터가 새롭게 창조되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홍길동을 동경하여 활빈당에 합류한 당찬 여성 삼충 역에는 조유아와 홍승희가 발탁되어, 남성 영웅을 보조하는 수동적 여성상이 아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선보인다.마당놀이의 이름에 걸맞게 이번 공연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홍길동과 활빈당의 신출귀몰한 활약은 무대 위를 나는 공중 활공(플라잉)과 마술, 아크로바틱 등 역동적인 연출을 통해 생생하게 구현된다. 50여 명에 달하는 배우와 무용수, 연주자들은 노래와 연기는 물론 롤러스케이트 퍼포먼스까지 선보이며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무대를 약속한다. 여기에 손진책, 박범훈, 국수호, 김성녀 등 마당놀이의 신화를 일군 원년 멤버들이 다시 뭉쳤고, 국악 작곡가 김성국이 새롭게 합류하여 전통 가락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음악으로 공연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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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실수'도 보인다…신라 금관 6점, 장인의 숨결까지 느끼는 법천년 왕국 신라의 심장부, 경주가 다시 한번 영롱한 금빛으로 물들었다. 1921년 경주 노서동의 한 무덤에서 우연히 그 모습을 드러낸 이래 104년 만에, 현존하는 신라 금관 6점과 금 허리띠 6점이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적인 순간이 펼쳐졌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025 APEC 정상회의와 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통해 박물관 관계자들조차 '오래도록 바란 꿈'이 실현되었다고 밝혔다. 지도자를 '마립간'이라 부르며 절대 권력을 과시했던 시대, 금관은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권력의 상징이자 신라 그 자체였다. 동아시아 고대 장신구 중 가장 독창적이고 완벽한 조형미를 뽐내는 신라 금관 완전체가 마침내 한 공간에서 그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낸 것이다.전시는 1969년 도굴꾼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교동 '애기 금관'으로 그 서막을 연다. 진위 논란까지 겪었으나 5세기 초 어린아이를 위해 제작된 진품으로 인정받은 이 금관은, 우리가 알던 화려한 금관과는 사뭇 다른 단순한 형태로 신라 금관 역사의 시작점을 보여준다. 이윽고 관람객을 맞이하는 '금관의 방'에 들어서면 서봉총, 금관총, 금령총에서 출토된 금관과 금 허리띠가 압도적인 금빛 향연을 펼친다. 왕비, 왕, 어린 왕족의 것으로 각각 추정되는 이 유물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神樹)와 사슴뿔 모양의 장식, 생명력과 재생을 상징하는 굽은 옥(曲玉) 등 각 금관의 특징을 비교하며 신라의 독창적인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김대환 학예연구사의 말처럼, 하나의 독특한 관 양식을 만들어 100년 가까이 계승하며 사용한 것은 고대 왕조 중 오직 신라뿐이었다.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1970년대 우리 손으로 직접 발굴해 신라사 연구의 새 장을 연 천마총과 황남대총 금관이다. 현존하는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한 천마총 금관의 위용과 더불어, 가장 큰 신라 무덤인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금관들은 성별과 나이를 초월했던 금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특히 북쪽 무덤에서 '부인대(夫人帶)'라는 글자가 새겨진 허리띠와 함께 발견된 금관은 왕비의 존재를 명확히 보여주며, 금관이 성인 남성 왕의 전유물이 아니라 왕비나 어린아이까지 착용했던 최상위 계층의 표식이었음을 증명한다. 이는 금관을 통해 신라의 복잡하고 정교한 사회 구조와 권력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한다.국보 7점, 보물 7점을 포함해 단 20점의 유물만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고화질 사진과 영상을 통해 금관 제작 당시 장인의 '실수' 흔적까지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유물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각 박물관의 대표 유물들이 한데 모인 만큼 당초 3주로 계획되었던 전시는 폭발적인 관심 속에 12월 14일까지로 연장되었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이번 전시가 신라와 세계를 잇는 '문화 외교의 장'이 될 것이라며 그 의의를 강조했다. 100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마침내 완전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온 신라 금관, 그 찬란한 빛은 과거를 넘어 현재와 미래를 잇는 한국 문화유산의 세계적 가치를 당당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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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헤리티지 기술 배우러 우즈벡으로…아시아 전문가들 줄 선 이유문화유산 보존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는 'K-헤리티지' 기술이 중앙아시아의 심장부로 향한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국제문화유산보존복원연구센터(ICCROM)와 손잡고 오는 11월 14일까지 약 3주간의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콜아시아(CollAsia)'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 지역의 박물관, 연구소 등 문화유산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미래의 전문가들을 위한 맞춤형 전문 교육 과정이다. 2013년부터 국가유산청의 신탁 기금을 바탕으로 꾸준히 이어져 온 이 교육은, 한국의 선진적인 문화유산 보존 기술과 철학을 아시아 전역에 전파하는 핵심적인 창구 역할을 해왔으며, 올해는 특별히 우즈베키스탄에서 그 문을 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차세대 전문가들을 맞이한다.이번 교육의 핵심 주제는 '컬렉션의 관찰, 기록 및 진단'으로, 문화유산 보존의 가장 기초이면서도 핵심적인 단계를 심도 있게 다룬다. 단순히 이론을 주입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국립박물관이 수십 년간 쌓아온 체계적인 소장품 관리 노하우부터, 미세한 환경 변화가 유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제어하는 모니터링 기법, 그리고 최첨단 기술인 3차원(3D) 스캐닝을 직접 다뤄보는 실습까지 다채로운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었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태평양 각국에서 선발된 30여 명의 신진 보존 전문가들은 이번 교육을 통해 자국의 문화유산을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을 기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교육의 장소로 우즈베키스탄이 선정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국가유산청과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이미 2022년부터 우즈베키스탄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 고대 유적지에 대한 공동 발굴조사와 정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사라져가는 기록유산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하고 영구히 보존하는 디지털 기록유산 구축 사업에 이르기까지, 양국은 문화유산 분야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이러한 깊은 유대 관계가 바탕이 되어, 이번 콜아시아 프로그램은 양국의 협력을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K-헤리티지 기술 전수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장이 될 전망이다.임종덕 국립문화유산연구원장이 밝힌 포부처럼, 이번 프로그램은 일회성 교육을 넘어 K-헤리티지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 연대와 선한 영향력을 구축하려는 장기적인 포석의 일환이다. 한국이 축적해 온 선진적인 보존 기술과 경험을 아낌없이 나눔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의 문화유산 보존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전수를 넘어, 문화유산이라는 인류 공동의 자산을 지키는 데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문화유산 한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