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 유네스코 등재? 아직 시작도 안했다...종이를 찢어서 그림 그리는 '미친 예술'의 정체
우리 전통 종이 한지가 예술의 옷을 입고 세계 무대를 향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다. 오는 10일부터 서울 종로구 감고당길에서 열리는 제11회 서울한지문화제는 ‘한지의 숨결, 세계로’라는 주제 아래, 내년으로 다가온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뜨거운 염원을 담아 펼쳐진다. 이 축제를 이끄는 전통한지공예가협회 심화숙 회장은 한지가 단순한 종이를 넘어, 한국 미술의 미래를 열어젖힐 새로운 예술 장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30년 넘게 한지 외길을 걸어온 장인의 눈에 비친 한지의 가능성은 과연 어디까지일까.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한지회화’ 특별전이다. 한지회화는 물감 대신 색색의 한지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말 그대로 종이로 그리는 그림이다. 비슷한 색감의 한지를 여러 겹으로 잘게 뜯어낸 뒤 풀로 두드려 붙이면, 색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물감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깊고 은은한 그러데이션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전통 한지만의 독특한 결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세련되고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과 사람, 일상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작품들과 함께 협회 회원 10명이 공동으로 제작한 대작 ‘일월오봉도’ 등을 만날 수 있다. 친환경 재료인 한지와 풀만으로 완성되는 이 작업은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시대의 흐름과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예술 분야다.물론 축제의 즐길 거리가 한지회화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한지로 만든 수의, 그릇, 이불 등 온갖 생활용품을 전시하는 ‘한지 생활관’은 과거 문창호지에 머물렀던 한지의 쓰임새가 현대인의 삶 속에서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 준다. 한지회화가 탄생하는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시연 행사와, 직접 한지를 뜨고 공예품을 만들어보는 다채로운 체험 부스도 마련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한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여기에 탄생화를 모티브로 한 아름다운 민화 작품 20여 점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한지가 펼쳐낼 수 있는 예술의 향연을 종합선물세트처럼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이끌어온 심화숙 회장은 2001년 협회를 창립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일찌감치 한지의 세계화를 위해 뛰어온 인물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피에르 카르댕의 초청으로 파리에서 전시를 여는 등 30회가 넘는 해외 전시를 통해 한지의 가치를 알려왔다. 그는 한지 실, 한지 솜 같은 새로운 소재가 개발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산업화의 길이 험난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세계가 인정한 우리 문화유산의 명맥을 누군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굳은 사명감을 이야기한다. 이번 축제가 단순히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넘어, 한지회화의 무한한 예술적 가능성을 시민들과 함께 확인하고 즐기며 우리 전통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 MZ세대 저격! '100미터' 전시부터 힙한 팝업까지, ZZON에서 문화 충전
서울 성동구 동일로79에 위치한 성수동의 새로운 복합문화공간 'ZZON'이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오는 9일까지는 국내 개봉을 앞둔 청춘 러닝 애니메이션 영화 '100미터.'의 비주얼 전시가 열려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영화 '100미터.'는 달리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토가시와 기록으로 자신을 증명하려는 코미야, 두 라이벌이 무엇을 위해 질주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ZZON에서 진행되는 이번 비주얼 전시는 '윈도우 팝업(ZZ 프레임)' 형태로, 영화 속 역동적인 순간들을 컬러풀한 색감으로 생생하게 구현해냈다.전시물들은 트랙 위를 숨 가쁘게 달리는 청춘들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토카시와 코미야의 전력 질주와 대결 장면은 물론, 육상 명문가 출신의 니가미, 오랫동안 정상을 지켜온 자이츠, 끊임없이 현실에 도전하는 카이도 등 다섯 인물의 개성 넘치는 매력이 오롯이 표현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100미터 10초의 짜릿한 흥분을 즐겨라"라는 강렬한 문구는 영화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킨다.한편, ZZON에서는 오는 26일까지 'ZZ IDEA 팝업'도 함께 진행되어 문화적 시너지를 더하고 있다. 이 팝업은 20대 '젠지(Gen Z)' 세대의 개성 강한 디자이너들이 참여하여 각자의 독창적인 브랜드와 오브제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와 패션, 음악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 실험을 표방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에게 신선한 영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영화 '100미터.'의 비주얼 전시와 'ZZ IDEA 팝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ZZON은 이번 가을 성수동의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서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두 전시 모두 방문객들에게 특별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며, 성수동의 문화 지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 5070 아재들은 옛말…K팝에 열광하는 '2040 젊은 유커'가 온다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면서 한국을 찾는 유커의 모습이 확 달라졌다. 과거 50~70대가 주를 이뤘던 단체 관광객은 이제 K팝과 K드라마에 열광하는 20~40대 젊은 층으로 빠르게 세대교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관광·유통업계도 이들의 취향에 맞춘 'K콘텐츠' 중심의 상품을 내놓으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지난 29일, 무비자 입국 첫날 인천항을 통해 들어온 크루즈 단체 관광객의 풍경은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줬다. 이들은 대부분 10대 자녀를 동반한 30~40대 부부나 20대 커플로, 과거 중장년층이 대다수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에버랜드 판다를 보러 온 관광객들 역시 어린아이를 둔 3040 가족 단위 방문객이 주류를 이뤘다. 이들은 K드라마, K팝, K뷰티 등 한류 문화에 관심이 높은 1980년대~2000년대생으로, 10년 전보다 훨씬 세련되고 스마트해진 스타일이 특징이다. 과거 일부 단체 관광객의 특징이었던 시끄러운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처럼 유커의 연령대가 낮아지자 관광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업계는 과거의 쇼핑 위주 패키지에서 벗어나 젊은 층의 감성을 자극할 '체험형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K팝 팬미팅과 같은 2040 맞춤형 콘텐츠를 강화하고, 한국관광공사는 K드라마 촬영지 투어, 웰니스, K푸드 등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 나섰다. 파라다이스 호텔 역시 음악 페스티벌 티켓을 포함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며 젊은 유커 공략에 합류했다.전문가들은 무비자 정책의 이점을 활용해 개별 여행 대신 단체 관광으로 눈을 돌리는 젊은 중국인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짜인 일정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비자 없이 편리하게 입국해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 80년 전 대구를 뒤흔든 그날의 진실! 북성로에서 예술로 부활하다
2026년, 시월 항쟁 80주년을 앞두고 대구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2025 시월 항쟁전 '시월이 온다'는 9월 30일부터 10월 11일까지 대구 북성로 일대에서 개최된다. 1946년, 미군정의 정책 실패로 대구에서 촉발된 시월 항쟁은 대구 중구를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간 역사적 사건이다. 이번 전시는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항쟁의 중심지였던 북성로에서 펼쳐져 그 의미를 더한다. 단순한 회고를 넘어, 현재적 관점에서 시월 항쟁의 정신을 재조명하고 미래 세대에 계승하려는 의지가 담긴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이번 '시월이 온다' 전시는 총 5개의 전시장에서 6개의 기획 전시로 구성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대구뿐만 아니라 광주, 제주 지역의 미술인들이 연대하여 참여한다. 이들은 각 지역의 역사적 아픔과 민주화 운동의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시월 항쟁의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데 뜻을 모았다. 예술가들은 다양한 시각과 매체를 통해 시월 항쟁의 발생 배경, 전개 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사회적 영향을 탐구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는 지역을 넘어선 역사적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전시의 주요 거점 중 하나인 향촌문학관에서는 대구, 부산, 서울, 제주, 인천 등 전국 각지의 미술인 13인이 참여하여 여성의 관점으로 시월 항쟁의 역사와 현재 대구의 현실을 담아낸다.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들의 시선으로 항쟁의 이면과 일상 속 아픔을 조명하며, 역사적 사건의 다층적인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구 중구 오픈대구에서는 '2025 달빛연대프로젝트:코발트'라는 이름으로 대구와 광주를 잇는 네트워크 전시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대구, 광주, 제주의 미술인들이 제주 4.3과 광주 5.18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예술적으로 다룬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는 시월 항쟁과 더불어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하는 연대의 장이 될 것이다.이 밖에도 프로토타운북성로본부, 북성로기술예술융합소 모루, 오오극장 등 북성로 일대의 다양한 공간에서 시월 항쟁과 관련된 다채로운 전시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번 예술제는 단순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시월 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고 그 속에 담긴 민주주의와 저항 정신을 오늘날에도 계승하려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 전시 외에도 시월 항쟁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다양한 부대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대구 북성로에서 펼쳐지는 이번 '시월이 온다' 전시는 잊혀가는 역사를 다시 호명하고, 그 속에서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를 위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 청계천, 20살 맞아 '미술관'으로 대변신..예술로 폼 나게 축하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다음 달 1일부터 청계천 일대를 현대적 공공미술로 새롭게 꾸민다. '청계공존'이라는 주제 아래, 생태 복원된 청계천에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어 시민들에게 풍성한 문화 경험을 선사한다.청계광장의 상징적인 조형물인 다슬기 모양의 '스프링'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된다. 오브라 아키텍츠(OBRA Architects)의 목조 작품 '커넥천 파빌리온'이 설치되어, 방문객들은 파빌리온에 올라 '스프링'과 청계광장을 다양한 시점에서 조망하며 색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복원 20년 만에 청계광장에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이수경의 신작 '그곳에 있었다-청계천 2025'가 설치된다. 청계천 발원지인 북악산 두꺼비 바위를 본떠 금박 옷을 입힌 이 작품은 청계천의 풍요와 번영을 기원하는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며, 청계천을 대표하는 새로운 공공미술 아이콘이 될 전망이다.청계천 초입부터 광교까지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서는 4팀의 신진작가들이 청계천의 자연과 역사에서 영감을 얻은 참신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장승태 작가의 '기억의 자리'는 촉각과 시각을 연결하는 점토 드로잉으로 추억을 되새기고, 전영은 작가의 '청계초록: 눈길 손길'은 재생 금속을 통해 도시와 자원의 관계를 탐구한다. 임근영, 전재봉 작가의 '청계유석'은 하천의 리듬을 만드는 돌을 소재로, 임정민 작가의 '청계천 조우'는 청계천에 서식하는 새들의 순간을 포착하여 이미지로 환원하는 등 각자의 시선으로 청계천의 면모를 조명한다.10월 1일부터 11월 말까지 두 달간 펼쳐지는 특별한 시민참여 프로그램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스프링' 작품 조명 색깔 바꿔보기, '그곳에 있었다' 자리찾기 스토리 공모, 파빌리온 상영 '오픈 서울' 영상공모, 청계천 탐조 프로그램, 작품 도슨트, 해시태그 SNS 이벤트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어 시민 누구나 예술과 청계천을 직접 체험하고 소통할 수 있다.최인규 서울디자인정책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20년간 서울의 상징이 된 청계천을 예술로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상 속에서 예술을 경험하고, 청계천이 모두의 쉼터이자 새로운 문화적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올가을, 청계천은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도심 속 갤러리로 변모해 시민들에게 잊지 못할 가을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 전국 공연 210편 총정리…10월, 뭐 볼지 고민 끝내드립니다
가을, 공연의 계절이 돌아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손잡고 10월 14일부터 11월 16일까지 전국을 무대로 ‘2025 대한민국은 공연중’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친다. 이 캠페인은 우리 주변의 공연장에서 언제나 좋은 공연이 상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연중 가장 풍성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공연 성수기를 맞아 국민들이 양질의 공연을 더욱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국공립기관의 대표작부터 전국 유통 지원사업에 선정된 민간 우수 공연, 각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단체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의 보석 같은 공연 210편을 엄선해 통합 홍보에 나선다.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17개 광역 지자체별 공연 정보를 총망라한 프로그램 책자도 발간하여 전국 200여 곳의 공연장에 배포한다. 이 책자에는 각 공연의 상세 정보는 물론, QR코드를 통해 예매 페이지로 바로 연결되는 기능까지 담아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코레일과의 협력을 통해 공연 관람과 기차 여행을 결합한 특별 여행상품을 선보이며, 공연 최대 30%, KTX 최대 40%라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해 전국의 잠재 관객들이 부담 없이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독려한다.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여러 공연을 한데 묶어 알리는 것을 넘어, 국내 주요 공연 예술 축제 및 마켓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한국 공연예술의 국내외 유통 허브 역할을 하는 ‘서울아트마켓(PAMS)’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해외 작품과 실험적인 국내외 협력 기획을 만나볼 수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캠페인 기간 동안 함께 열린다. 또한 지역의 우수한 창작 공연을 서울 관객에게 소개하는 ‘리:바운드 축제’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공연의 매력을 알리는 ‘웰컴대학로 페스티벌’ 역시 캠페인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이처럼 각기 다른 매력과 목표를 가진 축제들이 ‘대한민국은 공연중’이라는 큰 우산 아래 모여, 창작자에게는 더 많은 유통 기회를, 관객에게는 더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국내 공연예술계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마디로 올가을,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연장이 되는 셈이다.
- 서울예술상, K-아트를 세계로! 당신이 몰랐던 '한국 예술의 숨겨진 보물'이 터진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송형종)이 한국 순수 예술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서울예술상' 1, 2회 대상 수상작들이 오는 10월과 11월 두 달에 걸쳐 유럽 7개국 8개 도시에서 총 12회에 걸쳐 화려한 순회공연을 펼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해외 공연을 넘어, K-팝과 K-드라마로 시작된 K-컬처 열풍을 순수 예술 분야로 확장하고, 한국 예술의 깊이와 다양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번 순회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든든한 후원 아래 '2025 투어링 케이-아츠(Touring K-Arts)'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며, 서울문화재단이 추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 더욱 풍성한 무대가 마련될 예정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창작-인증-확산-향유'로 이어지는 예술지원 체계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고, 엄선된 수상작들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인 진출 가능성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한국 예술가들이 창작에만 몰두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작품이 국내외 관객과 만나고 평가받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서울예술상'은 서울문화재단의 핵심 예술지원사업인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을 통해 선정된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성과를 보인 우수작들을 발굴하고 시상하는 순수 예술 분야의 권위 있는 시상 제도다. 이 상은 단순히 창작 과정에 대한 지원을 넘어, 이미 발표되어 예술적 완성도와 대중적 호응을 얻은 작품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인증'함으로써 수상작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이고, 국내외 예술계에서 그 위상을 공고히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이번 순회 공연의 첫 번째 작품은 제1회 서울예술상 대상의 영예를 안은 거문고 명인 허윤정의 '악가악무-절정(絶靜)'이다. 이 작품은 한국 전통 현악기 거문고의 깊고 웅장한 소리를 바탕으로, 전통 음악의 정수를 현대적인 감각과 조화시켜 새로운 앙상블을 창조해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전통음악이 가진 고유의 정서와 깊은 울림을 유럽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며, K-클래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악가악무-절정'은 10월 2일 체코 프라하를 시작으로, 10월 4일 오스트리아 빈, 10월 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유럽의 유서 깊은 문화 도시들에서 한국의 미학을 선보일 예정이다.두 번째 작품은 제2회 서울예술상 대상작인 99아트컴퍼니의 '제(祭), 타오르는 삶'이다. 이 작품은 한국의 대표적인 민속무용인 승무의 리듬과 선율을 현대적인 안무와 결합하여, 삶의 숭고함과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공연이다. 이미 지난해 영국 코리안댄스페스티벌에서 "놀랍도록 아름답고 대단하다"는 극찬과 함께 별 다섯 개 만점 리뷰를 받으며 해외 평단의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제(祭), 타오르는 삶'은 11월 11일 한-안도라 수교 기념 공연이라는 의미 있는 무대를 시작으로, 11월 15일 이탈리아 바리, 11월 18일 로마, 11월 21일 프랑스 파리, 그리고 11월 28일과 29일 양일간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한국 무용의 역동성과 섬세함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을 계획이다.서울문화재단은 이번 해외 순회공연 외에도 한국 예술의 해외 진출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들의 후속 공연 정보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는 온라인 포털 '스파크(SPAC)'를 성공적으로 오픈했으며, 나아가 '해외 추천작' 페이지를 별도로 개설하여 해외 유통 채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 간접 지원 또한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한국 예술가들이 더 넓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고, K-컬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이번 해외 순회 공연의 의미를 강조하며 "이번 공연은 K-팝과 K-드라마를 넘어, 순수 예술이야말로 K-컬처의 근간이자 영혼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문화재단의 국제교류 본격화 공약을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서울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문화도시로의 입지를 공고히 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한국 예술의 세계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서울문화재단의 이러한 선제적인 노력들이 K-컬처의 미래를 더욱 밝게 비출 것으로 기대된다.
- 영국 대표 '스웨이드' vs 미국 전설 '스매싱펌킨스'…부산에서 맞붙는 록의 자존심
대한민국 록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26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화려한 막을 올리고 3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올해는 영국, 미국, 프랑스 등 해외 6개국 17개 팀과 국내 64개 팀을 포함, 총 81개 팀이 참여해 역대급 라인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개막 전부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축제의 포문을 여는 첫날에는 브릿팝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밴드 스웨이드가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 독보적인 감성의 록사운드를 자랑하는 넬, 데뷔 28년 차에 빛나는 국민 밴드 자우림을 비롯해 씨앤블루,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등 세대를 아우르는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해 가을밤을 뜨겁게 달군다. 둘째 날의 열기는 더욱 거세진다. 미국 얼터너티브 록의 살아있는 전설, 스매싱 펌킨스가 헤드라이너로 부산을 찾는다. 또한 '팝의 왕자' 미카의 첫 출연 소식과 함께 일본의 록밴드 와니마,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한 단편선과 순간들, 1980년대를 풍미한 싱어송라이터 윤수일밴드까지 합세해 장르와 국경을 초월한 무대를 선보인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날에는 헤비메탈의 제왕 메탈리카가 등장해 모든 록 팬들의 심장을 폭발시킬 준비를 마쳤다.이번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단순히 화려한 라인업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와 상생하고 차세대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 데에도 힘썼다. 축제 전 서울, 부산, 전주, 심지어 대만 타이베이까지 총 5회에 걸쳐 '로드 투 부락' 행사를 진행하며 축제의 열기를 전국, 나아가 아시아로 확산시켰다. 또한, 차세대 아티스트 육성 프로그램인 '스쿨오부락'과 신진 아티스트 경연 프로그램 '루키즈 온 더 부락'을 통해 미래의 한국 록 음악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는 장을 마련했다. 지역과의 상생 노력도 돋보인다. 사상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양해를 구하는 한편, 지역 주민에게 푸드코트 부스 운영 및 안내요원 채용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상인회가 아티스트 라운지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축제의 성공이 곧 지역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했다. 온라인 예매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현장 판매분도 마련되었으며, 3일권 24만 2천원, 2일권 17만 6천원, 1일권 11만원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 "베트남 전쟁터까지 날아갔던 '꽃의 화가'…그녀가 그곳에서 그린 것은?
스스로를 '슬픈 전설'이라 칭했던 화가, 천경자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 그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가 서울미술관에서 막을 올렸다. '내 슬픈 전설의 101페이지'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특별기획전은 194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그의 채색화 8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는 2006년 생애 마지막 전시 이후 약 20년 만에 성사된 대규모 회고전으로, 그의 대표작들은 물론, 직접 쓴 저서와 작업 과정이 담긴 사진, 편지 등 방대한 아카이브를 통해 인간 천경자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의 중심에는 단연 그의 상징과도 같은 여성 인물화들이 자리한다. 천경자의 여성들은 단순한 초상의 모델을 넘어, 주어진 운명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강인한 존재로 그려진다. 대표작 '고(孤)'(1974) 속 '머리에 꽃을 얹은 여인'은 작가의 페르소나 그 자체다. 슬픔과 고독이 서린 깊은 눈빛을 하고 있지만, 이는 타의에 의한 외로움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고독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온전히 마주하는 순간의 환희를 담고 있다. 근대 여성 시인 노천명을 그린 초상화(1973) 역시 천경자의 영원한 주제인 '꽃과 여인'을 통해 한 인물의 감수성과 사상을 응축해 보여주는 걸작이다.천경자의 예술 세계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진정한 낙원을 찾아 25년간 13차례에 걸쳐 전 세계를 누빈 모험가였다. 이번 전시는 '베니스 산 마르코 사원'(1972), '케냐, 춤'(1974) 등 그의 여정 속에서 탄생한 이국적인 풍경과 인물들을 생생하게 소개하며, 당시의 사진 기록과 함께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만든다. 심지어 1972년에는 정부 파견 작가로 베트남 전쟁의 한복판을 찾아 파병 군인들의 활약상을 기록화로 남기는 등, 시대의 부름에도 기꺼이 응답했던 예술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자신의 나이만큼 삶이라는 책의 페이지가 넘어간다고 믿었던 그는 91페이지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이번 전시는 '101페이지'라는 이름으로 그의 전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선언한다. 안병광 서울미술관 회장이 "세월이 지우려 해도 존중받아 마땅할 예술인"으로 그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듯, 이번 전시는 시대를 앞서간 한 여성 예술가의 치열했던 삶과 그가 남긴 위대한 예술적 유산을 온전히 마주하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나혜석의 사진첩이 열리자, 이중섭·박수근·천경자의 삶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빛바랜 흑백 사진 위, 붉고 위태롭게 떨리는 글씨 하나가 새겨져 있다. '羅(라)'.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은 사진 속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수전증으로 고생하던 말년, 붓 대신 떨리는 손으로 남긴 이 흔적은 한 예술가가 자신의 존재를 절박하게 확인하려 했던 마지막 몸부림처럼 보인다. 2024년 개관 10주년을 맞은 수원시립미술관이 바로 이 나혜석의 유일한 유품인 '나혜석 사진첩'을 처음으로 전면 공개한다. 오는 26일 막을 올리는 한국 근현대미술전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을 통해서다.2017년 유족의 기증으로 미술관 품에 안긴 이 사진첩은 단순한 사진 모음집이 아니다. 지난 2년간의 정밀한 상태 조사와 과학적 보존 처리, 그리고 기초 연구를 거쳐 비로소 대중 앞에 서게 된 역사의 기록 그 자체다. 가죽 표지로 된 앨범의 검은 내지 위에는 총 96장의 사진과 101건에 달하는 나혜석의 자필 설명이 남아있다. 건강이 악화되던 생애 후반기에 정리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첩의 내용은 시간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고 뒤죽박죽 섞여 있다. 남편 김우영의 일본 유학 시절부터 그녀가 홀로 해인사에 머물던 1930년대까지, 흩어진 기억의 파편들이 일정한 규칙 없이 흩어져 있다. 두 장의 풍경 사진을 제외한 대부분은 인물 사진이며, 그중 상당수는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어 나혜석이 시대의 한파 속에서도 끝내 놓지 못했던 애틋한 그리움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이번 전시는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이라는 제목처럼, 사진첩이라는 머무르는 순간을 통해 그 안에 담긴 나혜석의 흐르는 마음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사진 속에 붙잡힌 찰나는 영원히 머무르지만, 그를 바라보는 마음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낸다. 전시는 나혜석의 사진첩에서 시작해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12인의 작가들의 작품 세계로 확장된다. 첫 번째 장 '한 예술가의 사진첩'에서는 사진첩 원본과 함께 지난한 연구 및 보존 처리 과정을 공개하며 하나의 아카이브가 어떻게 전시로 탄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어 두 번째 장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평범한 순간으로부터'에서는 가족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았던 박수근, 이중섭 등의 작품을 통해 나혜석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그 감정을 연결한다. 세 번째 장 '여정의 어딘가에서'는 세계 일주와 해인사 여행 등 나혜석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배운성, 이응노 등 동시대 작가들의 여정과 교차시키고, 마지막 장 '나를 잊지 않는 행복'에서는 여행을 통해 예술적 변주를 꾀했던 박래현과 천경자의 작품을 조명한다. 그룹 몬스타엑스의 민혁이 오디오 가이드 재능기부로 참여해 나혜석과 동시대 작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며 관람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