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일보
- 쌀 대신 ‘이거’ 넣으면 혈당 걱정 끝
한때 잊혀졌던 곡물 보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은 5월 말에서 6월 초는 보리의 제철이다. 보리는 우리 민족의 굶주림을 견디게 한 귀한 작물이었다. 쌀보다도 재배 역사가 오래된 보리는 예로부터 우리 식탁을 지켜온 곡물이다. 5\~6월, 보리가 여물기 전까지 먹을 곡식이 떨어졌던 시기를 이른바 ‘보릿고개’라 불렀으며, 이는 단순한 계절적 현상을 넘어선 우리 역사 속 생존의 기록이다. 가수 진성의 노래 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이 말은 보리가 지닌 의미를 더욱 되새기게 한다.보리가 최근 건강식으로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그 효능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은 풍부한 식이섬유다. 특히 다이어트를 하거나 혈당 조절이 필요한 이들에게 보리는 좋은 선택이 된다. 당지수(GI)가 낮은 곡물이기 때문에 쌀밥이나 밀가루 음식처럼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고, 포만감은 오래 지속된다. 보리를 쌀과 섞어 지은 밥은 장 건강에도 좋고,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는 체중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보리에는 또 다른 숨은 기능도 있다. 체내에 쌓인 중금속이나 니트로소아민 같은 발암 물질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 인해 대장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혈관 건강 증진에도 기여한다. 이는 보리에 함유된 ‘베타글루칸’이라는 식이섬유의 작용으로, 담즙산과 결합해 소화를 돕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관여한다. 혈중 지질 농도를 낮추고 당뇨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성인병 관리에도 유익하다. 또한 보리는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촉진하고,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B6와 판토텐산 합성을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전신 건강에 긍정적이다. 보리에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 학술지인 생명과학회지에는 보리싹 추출물의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에 관한 연구가 실린 바 있다. 이 논문은 보리싹에서 추출한 총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을 바탕으로 체내 염증 반응 억제와 산화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입증했다. 다시 말해, 보리는 면역력을 높이고 체내 염증성 질환을 예방하거나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능성 식품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도 보리에는 비타민 B1, B2, 나이아신, 엽산, 칼슘, 철분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누구나 섭취할 수 있는 영양 곡물이다.보리밥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나물 반찬이다. 특히 콩나물, 취나물, 고사리 등을 곁들인 보리비빔밥은 대표적인 건강식이다. 콩나물은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고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항고혈압 펩타이드를 포함하고 있다. 또 칼슘 손실을 막고 뼈 건강에 도움을 주는 이소플라본 성분도 포함돼 있어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보리와 채소 반찬의 조합은 현대인의 식습관에서 부족하기 쉬운 섬유질, 미네랄, 항산화 성분을 함께 섭취할 수 있는 훌륭한 식단이 된다.다만 보리와 채소류에는 칼륨 함량이 높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을 낮추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고칼륨혈증이라는 위험한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심장 박동 이상이나 근육 마비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건강 상태에 맞는 곡물 섭취가 중요하다.이처럼 보리는 단순한 잡곡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식품이다. 과거의 주식에서 오늘날의 건강식으로 탈바꿈한 보리는, 현대인의 다양한 건강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자연의 선물과도 같다. 제철을 맞은 지금, 보리의 진가를 다시 한번 식탁 위에서 경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 150년 만에 밝혀진 당신이 모르는 타이레놀의 진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진통제 중 하나인 타이레놀. 두통, 발열, 생리통 등 다양한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어 상비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놀랍게도 그 작용 기전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1878년 처음 합성된 이후 약 150년 만에 그 미스터리의 일부가 풀렸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연구진이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의 새로운 작용 기전을 밝혀내면서 부작용 없는 차세대 진통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지금까지 과학계는 아세트아미노펜이 뇌와 척수에서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하여 통증을 완화한다고 믿어왔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염증과 통증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아세트아미노펜이 뇌뿐 아니라 통증을 최초로 감지하는 말초 신경에서도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획기적인 발견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의 진통 작용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연구진은 아세트아미노펜의 진통 작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로 'N-아라키도노일페놀아민(AM404)'이라는 대사체에 주목했다. 우리가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간에서 4-아미노페놀로 전환된 후 혈류를 타고 뇌와 다른 장기로 이동한다. 뇌에서는 지방산 아미드 가수분해효소(FAAH)의 작용으로 AM404로 바뀌는데, 이 AM404가 통증 감각 신경 말단의 나트륨 통로를 차단하여 통증 신호가 중추신경계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AM404가 통증 감각 신경 말단에서도 자연적으로 생성된다는 것이다.연구를 이끈 알렉산더 빈슈톡 교수는 "AM404가 뇌 외부의 신경에서 직접 작용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했다"며 "이는 파라세타몰의 통증 완화 메커니즘에 대한 기존 개념을 완전히 바꾼다"라고 강조했다. 이 발견은 단순히 아세트아미노펜의 작용 기전을 밝혀낸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AM404의 작용 기전을 이해함으로써 부작용 없이 통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새로운 진통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기존의 국소 마취제는 통증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효과는 있지만, 감각 마비, 근육 약화 등의 부작용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AM404는 통증을 전달하는 특정 신경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공동 연구자인 아비 프리엘 교수는 "AM404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약물을 개발한다면 효과적이면서도 더 안전하고 정밀한 통증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이번 연구는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있던 아세트아미노펜의 작용 기전을 밝혀냈을 뿐 아니라, 미래 진통제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AM404를 활용한 새로운 진통제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면 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실제 임상 적용까지는 추가적인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며, AM404 기반 진통제의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의사들, 뜯어 말리는 '이 행동'.."깊은 잠은커녕 더 피곤해"
하루의 피로를 풀고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취침 전 음악을 재생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머리맡에 두고 경쾌하지 않은 피아노 연주곡이나 자연의 파도 소리, 빗소리 등을 틀어놓으며 수면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수면 루틴은 긴장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위안이 되며, 불면증을 해소하고 자연스럽게 잠에 빠질 수 있다는 기대를 안겨준다.실제로 음악은 심리적인 안정과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음악 테라피가 불면증 개선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활용되곤 한다. 음악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불안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수면 유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의학적으로 정식 인정받은 치료법은 아니다. 과학적 근거보다는 개인적인 체험에 기반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의학적으로 보면 수면 중에도 청각은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수면 상태에서도 외부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이는 생존 본능의 일환이다. 이러한 신경학적 특성 때문에 수면 중 음악이 뇌에 소음으로 인식될 수 있고, 오히려 깊은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즉, 음악이 무조건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은 과도할 수 있으며, 사람에 따라 오히려 역효과를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음악을 수면의 도구로 활용하되, 그 효과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불면증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세우는 일이다. 불면증은 단순한 수면 부족이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 신체적인 질환, 불규칙한 생활습관, 우울증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일 수 있다. 특히 불면증은 그 지속 기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짧은 기간 나타나는 급성 불면증과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만성 불면증은 서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급성 불면증의 경우에는 생활습관 교정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일정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고,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며, 침실 조명을 은은하게 조절하고 쾌적한 온도와 낮은 소음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기본적인 수면 위생 수칙만 잘 지켜도 수면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 반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만성 불면증의 경우는 자가 관리만으로는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가 요구된다. 이 경우 단순한 수면 유도제 투여보다 중요한 것은 불면증의 원인이 되는 기저 질환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또는 특정 신체 질환이 불면증의 배경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수면클리닉을 방문하면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와 같은 정밀 검사를 통해 환자의 수면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한다. 또한 이학적 진찰이나 혈액검사를 병행하며,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CBT-I: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를 시행하게 된다. CBT-I는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인지적 왜곡과 비효율적인 수면 습관을 교정함으로써 장기적인 개선을 유도하는 치료법으로, 현재 만성 불면증 치료에서 효과가 입증된 대표적 방법이다.결론적으로 음악은 수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보조적인 도구일 수는 있으나, 불면증을 치료하는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근본적인 치료는 자신의 정신적·신체적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숙면을 위한 핵심은 편안한 음악보다 건강한 생활 습관과 정확한 진단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불면의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다면 단순히 음악에 의존하지 말고, 수면 전문의를 찾아 정밀한 검사를 통해 내 몸의 진짜 신호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숨수면클리닉 이종우 원장은 “불면증은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 없이는 효과적인 치료가 어렵다”며 “특히 만성 불면증은 자가 관리만으로는 해결이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면다원검사 등 전문적인 진단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생선 자주 먹는 사람들의 놀라운 공통점... 렙틴 수치로 밝혀진 체지방 감소 비결은?
체지방은 분해되지 않고 몸속에 쌓여 있는 지방으로, 성별과 연령에 따라 건강 수치가 다르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지방률이 더 높은데, 이는 건강 상태의 차이가 아닌 신체가 지방을 저장하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건강한 여성의 체지방은 체중의 약 18~20%를 차지하는 반면, 남성은 약 10~15% 수준이다.나이가 들면 근육량과 골밀도가 감소하고 호르몬 변화와 신진대사 저하로 지방이 재분배된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체지방이 약간 많은 것이 부상 위험을 줄이고 질병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체지방 비율이 높으면 만성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등 비만 관련 합병증 위험이 커지므로 건강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체지방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방법으로는 먼저 칼로리 섭취량에 변화를 주는 전략이 있다. 매일 같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하면 대사 작용이 정체기에 들어가는데, 하루는 1200칼로리, 다음날은 1800칼로리를 섭취하는 식으로 변화를 주면 신진대사율을 높여 체지방 연소에 도움이 된다.운동 루틴에 변화를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주 3회 같은 운동을 반복하는 대신, 30분 정도의 고강도 근력 운동 후 15분간의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주 2회만 해도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고강도 인터벌 운동은 짧은 시간 동안 높은 강도로 운동하며 중간에 휴식기를 갖는 방식으로, 주 3회 90분씩 하는 일반적인 운동보다 더 효과적이다.식이 측면에서는 생선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생선을 자주 먹는 사람들은 렙틴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렙틴 수치가 높으면 대사율이 낮고 식욕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체지방 감소를 위해서는 생선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배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촉진한다. 러닝머신에서 뛰는 것만 해왔다면 요가를 병행해보는 것이 좋다. 요가는 심신을 편안하게 하여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마지막으로, 일상 활동에서 더 많이 걷는 것도 체지방 감소에 효과적이다. 더 활동적이 되면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시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친구나 반려견과 함께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부부싸움계의 빌런은 돈이 아니었다?
부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 흔히 생각하는 돈 문제나 자녀 교육이 아닌 '말투와 태도'라는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관계학 전문 심리학자는 특히 경멸적인 태도가 이혼 가능성을 높이는 강력한 신호라고 경고하며,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8일(현지시각)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관계학 전문 심리학자 마크 트래버스 박사는 온라인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와 자신의 연구를 종합해 부부 갈등의 진짜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분석했다.트래버스 박사는 부부 간 갈등의 가장 치명적인 원인이 바로 '말투와 태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대화 중 무심코 내뱉는 약간 높아진 목소리, 상대를 비꼬는 듯한 말투, 심지어 눈을 굴리는 것과 같은 사소해 보이는 행동들이 상대방에게는 무시당하거나 경멸받는다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계에서는 '경멸(contempt)'을 부부 관계를 파괴하고 이혼 가능성을 극적으로 높이는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 중 하나로 꼽는다. 직접적인 비난이나 감정적으로 담을 쌓는 것(stonewalling)보다도 말투나 표정 속에 은근히 드러나는 경멸적인 태도가 관계를 훨씬 더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트래버스 박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맞서 싸우거나 똑같이 비난하기보다는, 자신이 느낀 감정을 솔직하고 차분하게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내 기분이 상해. 다시 한번 말해줄 수 있을까?"와 같이 표현하면, 상대방이 자신의 말투나 태도,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감정을 인식하고 바로잡을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좋지 않은 말투나 태도를 보였다면, 왜 그런 감정을 느끼고 표현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말투와 태도 외에도 부부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부부 관계는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배우자가 자신의 가족(시댁이나 처가) 편을 들 때, 상대방은 자신이 배우자에게서 지지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소외감과 외로움을 크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자녀 양육 방식을 두고 다투는 것은 단순히 훈육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각자가 가진 자녀 교육에 대한 핵심적인 가치관이나 신념이 무시당한다고 느끼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트래버스 박사는 설명했다.이러한 상황에서는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보다, 두 사람 모두 배우자로부터 자신의 편에 서 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트래버스 박사는 강조했다. "당신은 내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사람이야. 우리 둘 다 존중받고 지지받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와 같이 서로를 안심시키고 부부로서의 유대감을 확인하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어떻게 서로를 지지해 줄지, 부부로서 어떤 선을 넘지 말아야 할지 등을 미리 논의하고 합의하는 것도 갈등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집안일 분담 역시 부부 갈등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많은 부부가 집안일 자체 때문에 싸운다고 생각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불균형한 가사 노동 분담,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인 '보이지 않는 짐(invisible load)'에 대한 상대방의 몰이해에 있다고 트래버스 박사는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집안일의 상당 부분을 떠맡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는 단순히 청소, 요리, 빨래 같은 눈에 보이는 일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약속 관리, 공과금 납부, 경조사 챙기기, 아이들 숙제 봐주기 등 정신적인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 포함된다. 이러한 노력은 종종 당연시되거나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며, 여기서부터 불만과 싸움이 시작된다는 것이다.이럴 때 트래버스 박사는 "당신이 이렇게 많은 일들을 신경 쓰고 해주고 있는지 몰랐어. 정말 고마워"와 같이 상대방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이 느끼는 부담감과 서운함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다음에는 함께 앉아 서로가 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반드시 50:50이 아니더라도) 역할을 재조정하고, 지속 가능한 분담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또 많은 부부는 문제 자체보다 '대화하는 방식'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처음에는 집안일 분담이나 배우자 가족 문제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상대방이 제대로 경청하지 않거나 방어적, 적대적으로 나오면 대화는 순식간에 감정적인 싸움으로 변질된다. 원래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왜 대화가 이렇게 엉망이 됐는지'에 초점이 맞춰지며 비난과 냉담함만 남게 된다. 이러한 대화 패턴은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고 트래버스 박사는 분석했다.트래버스 박사는 성공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들이 사용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5초 규칙'을 소개했다. 대화가 격해지거나 엇나간다고 느낄 때, 미리 정해둔 단어나 문구(예: '잠깐 스톱', '타임 아웃', '우리 지금 싸우고 있어')를 사용하여 "지금 우리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잠시 멈추자"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이 진정된 후 대화를 다시 시작할 때는 "당신이 왜 화가 났는지 이해하고 싶고, 당신도 나를 이해해 주면 좋겠어"와 같이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난 대신 이해를 구하는 태도가 대화의 물꼬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부부 갈등은 문제의 내용 자체보다 그 문제를 다루는 방식, 즉 서로를 대하는 말투와 태도, 상대방의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에 크게 좌우된다. 트래버스 박사의 조언들은 부부가 서로에게 상처 주는 파괴적인 방식을 멈추고,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 감기처럼 시작된 죽음… 폐렴, 80대 사망률 ‘충격’
여름을 앞둔 6월, 날씨가 더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기와 독감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더운 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증상은 단순한 환절기 질병으로 넘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중국과 홍콩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코로나19가 다시 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호흡기 질환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한 감기나 독감으로 보였던 증상이 폐렴으로 악화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실제로 폐렴은 매년 많은 환자를 양산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환자는 무려 30만8,287명에 달했다. 이는 폐렴이 단순한 계절성 질환을 넘어,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더불어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국내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폐렴은 암, 심장질환에 이어 전체 사망 원인 3위에 해당한다. 특히 고령자층의 사망률은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을 기준으로 보면, 60대는 23.9명, 70대는 130.7명, 80대는 949.5명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폐렴에 의한 사망 위험이 급격히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문제는 감기나 독감과 유사한 초기 증상 탓에 폐렴을 제때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감기는 보통 일주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고, 성인 기준으로 고열을 동반하는 경우도 드물다. 반면 폐렴은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래의 색깔이 누렇거나 고름처럼 진해지고, 고열이 지속되며 심한 기침과 함께 가슴 통증까지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증상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감기가 아닌 폐렴을 의심하고 신속히 병원을 찾아 정밀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기도를 통해 폐에 침범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바이러스성 폐렴의 경우에는 마른 기침과 발열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며, 세균성 폐렴은 진한 가래와 고열, 심한 기침이 특징적이다. 특히 노인층의 경우, 면역력이 약해 열이 전혀 나지 않거나 미열 수준에 그치기도 하고, 기침이나 가래보다는 식욕 부진이나 기력 저하 등으로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가족들의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평소보다 말수가 줄거나 잠을 자는 시간이 길어지고, 일상 활동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폐렴 초기 증상일 수 있다.더불어 병원에서 발생하는 병원성 폐렴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병원 내 감염으로 발생하는 폐렴을 말하며,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노인이나 중환자들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다. 단순 골절이나 비호흡기계 질환으로 입원했다가도 결국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요양병원, 재활병원 등 장기 입원 환자가 많은 기관에서 이러한 유형의 폐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병원 내 감염 관리와 철저한 위생 수칙 준수가 필수적이다. 최근 들어 다시금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코로나19의 확산 역시 폐렴과 무관하지 않다. 홍콩,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며 이로 인한 폐렴 사례도 늘고 있는 만큼, 해외여행 계획이 있는 국민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고령자, 어린이, 임신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코로나19뿐 아니라 일반적인 세균성·바이러스성 폐렴에도 취약하므로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한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폐렴구균은 노인성 폐렴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균 중 하나로, 예방접종을 통해 폐렴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면역력 저하 상태에서는 폐렴에 쉽게 노출될 수 있으므로, 백신 접종을 비롯한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가정 내에서도 감기 증상이 있는 가족 중 고열, 누런 가래,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이 보인다면 이를 단순한 감기로 치부하지 말고, 빠른 시간 안에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도록 권유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만이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 및 사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여름철이라고 방심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기에도 폐렴은 결코 가볍지 않은 질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당신의 고양이가 말을 걸듯 운다면? 그건 DNA가 결정한 생존 전략이다
고양이가 사람에게 가르릉거리며 애교를 부리거나 말을 걸듯 울음소리를 내는 행동이 단순한 습성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일본 도쿄대학교 야생동물연구센터 연구팀은 인간과의 소통 능력이 특히 믹스묘(잡종묘)에게 중요한 생존 전략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연구팀은 인간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는 믹스묘 280마리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이들이 얼마나 자주 가르랑거리는지, 또는 보호자에게 말을 걸듯 울음소리를 내는지 조사했다. 분석 결과, 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의 특정 염기 서열 반복 횟수가 고양이의 의사소통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일반적으로 고양이의 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에는 특정 염기 서열이 15회에서 22회까지 반복되는데, 연구팀은 이를 15-18회 반복 그룹과 19-22회 반복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염기 서열 반복 횟수가 적은(15-18회) 고양이들이 반복 횟수가 많은(19-22회) 고양이들보다 사람과의 음성 소통에 더 능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복 횟수가 적은 고양이들은 가르랑거리는 빈도가 더 높았으며, 이러한 경향은 수컷과 암컷 모두에서 동일하게 관찰됐다. 또한 반복 횟수가 적은 수컷 고양이들은 보호자를 향해 울음소리를 내는 빈도가 특히 높았다.이번 연구 결과는 해당 염기 서열 반복이 많은 특성이 믹스묘보다 품종묘에서 더 흔하다는 과거 연구와도 일치한다. 이는 품종묘와 믹스묘의 생존 환경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품종묘는 태어날 때부터 사람의 돌봄을 받는 경우가 많아 사람과 음성으로 소통하는 능력이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다. 반면, 믹스묘는 길거리에서 살다가 사람에게 입양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믹스묘의 79%가 길고양이 출신이었다.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자연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길에서 태어난 고양이들 중에서 인간과 소통이 잘 되는 개체들이 집고양이로 입양되어 안정적인 의식주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생존 압박이 염기 서열 반복 횟수가 적은, 즉 사람과 음성 소통이 잘 되는 고양이들이 더 많이 생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도쿄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증진함으로써 사람과 고양이가 더 행복한 유대 관계를 맺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되었다.이번 연구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나 가르랑거림과 같은 의사소통 행동이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진화적 적응의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길고양이가 인간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한 생존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 역사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 저열량 식단의 함정.."살 빼려다 우울증 온다"
저열량 식단이 체중 관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신 건강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진은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 참여한 성인 2만8525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저열량 식단과 우울증 간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BMJ 영양·예방·건강’에 게재됐으며, CNN과 인디펜던트 등 주요 외신이 이를 보도했다.연구 대상자 중 여성은 1만4329명, 남성은 1만4196명이었으며, 체질량 지수(BMI)를 기준으로 전체 참가자 중 33%는 과체중, 38%는 비만 상태였다. 이들 중 7.8%는 최근 우울증 증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대부분인 약 87%는 특정한 식단을 실천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으며, 8.1%에 해당하는 2206명만이 열량을 제한한 식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859명은 지방, 설탕, 소금, 섬유질, 탄수화물 등을 줄이는 ‘영양소 제한’ 식단을, 631명은 당뇨병 등 건강상 이유로 맞춤형 식단을 따르고 있었다.연구에 따르면 열량을 제한한 식단을 실천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기분 저하, 무기력, 수면 장애 등 다양한 우울증 관련 증상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남성과 과체중 혹은 비만한 사람들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이는 저열량 식단이 반드시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의 일부 연구들과 상충되는 면이 있다. 앞선 몇몇 연구들은 균형 잡힌 저열량 식단이 기분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의 차별점은 대규모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실제 생활 환경에서의 식습관과 정신 건강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들이 대개 통제된 실험 환경에서 신중하게 설계된 식단을 따른 집단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현실성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토론토대학교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통해 건강한 식단과 해로운 식단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건강한 식단은 최소한으로 가공된 식품과 신선한 채소, 과일, 통곡물, 견과류, 씨앗, 살코기, 생선 등을 포함하며, 이는 우울증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초가공식품, 정제 탄수화물, 포화지방, 가공육, 단 음식 등 건강에 해로운 식단은 오히려 우울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됐다.연구진은 특히 실생활 환경에서는 건강한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기가 어렵고, 단기적인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한 저열량 식단이 오히려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열량만 제한하면 생리적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이는 인지 기능 저하와 정서적 불안정 등 다양한 우울증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이번 연구는 비만 관리와 정신 건강 관리 사이의 균형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연구진은 “체중 감량을 위한 식단을 짤 때는 단순히 열량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필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면서 개인의 정신적, 감정적 상태까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식단을 실천하는 것이 우울증 위험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무조건적인 칼로리 제한이 반드시 건강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정리하자면, 이번 연구는 저열량 식단이 단기적인 체중 감소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정신 건강의 부작용 가능성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다. 특히 영양소 불균형이 심화되면 우울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다이어트나 식이요법을 계획할 때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건강은 단순한 숫자나 체중계의 수치로만 평가할 수 없는 만큼, 정신과 육체의 균형 있는 관리를 위한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 '영양 끝판왕' 키위, 하루 한 알이면 비만·당뇨 걱정 뚝
‘배부른 영양실조’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시대가 됐다. 음식은 넘쳐나지만 정작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는 부족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비타민 C와 E 등 필수 영양소의 일일 권장 섭취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칼로리는 과잉인데 비타민·미네랄은 부족한, 이른바 ‘숨은 영양실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가공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대인의 식단에서 기인한다. 초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은 포만감을 주지만, 정작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는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한국영양학회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하루 과일 섭취량은 약 113g에 불과하다. 이는 10년 전보다 약 4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그 결과 비타민 C, E와 같은 항산화 영양소는 물론, 엽산·식이섬유·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 섭취가 권장량을 크게 밑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식사의 양’을 중요시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식사의 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섭취한 칼로리보다 어떤 영양소를 얼마나 균형 있게 섭취했는지가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영양소 밀도’ 개념이다. 영양소 밀도란 일정한 열량(100kcal)을 기준으로 얼마나 많은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몸에 좋다고 알려진 사과의 영양소 밀도는 3.6, 오렌지는 14.4인 반면, 썬골드키위는 무려 26.7로 측정됐다. 이는 동일한 열량을 섭취했을 때 키위가 사과나 오렌지보다 훨씬 더 많은 필수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키위는 대표적인 ‘밀도 푸드’로 꼽힌다.중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신상아 교수는 최근 열린 ‘영양소 밀도 중심의 건강한 식단 연구 발표’ 간담회에서 “식재료는 풍부하지만 한국인의 비타민 및 미네랄 섭취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러한 영양소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선 키위처럼 영양소 밀도가 높은 과일의 섭취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영양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평소 식단에 키위 한 알을 추가했을 때 전 연령대에서 비타민 C, 엽산, 식이섬유, 비타민 E 등의 섭취량이 의미 있게 증가했다. 특히 비타민 C의 경우, 키위 한 알만으로도 하루 권장 섭취량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썬골드키위 한 알(100g)에는 비타민 C가 152㎎ 들어 있어 성인 하루 권장 섭취량(100㎎)을 단번에 채울 수 있다. 비타민 C는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아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며, 면역력 향상·피부 건강·항산화 작용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한다. 비타민 C 결핍은 피로, 잇몸 출혈, 면역 저하 등 다양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탄수화물 위주 식사를 하는 현대인들은 이 비타민을 제때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뿐만 아니라 키위는 체중 관리와 대사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국영양학회 연구에 따르면 키위를 꾸준히 섭취한 사람들은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 혈압, 공복혈당, 중성지방 수치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대사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키위의 혈당지수(GI)가 낮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GI 수치가 55 이하일 경우 저혈당식품으로 분류되는데, 썬골드키위는 48, 그린키위는 51로 모두 해당 기준을 충족한다. 혈당이 천천히 오르는 덕분에 당뇨병 환자도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뉴질랜드의 한 연구에서는 식빵과 키위를 함께 먹었을 때, 식빵만 먹었을 때보다 혈당 상승폭이 16% 낮았다는 결과도 발표됐다.단, 키위는 갈아서 먹기보다는 껍질째 반으로 잘라 스푼으로 퍼먹는 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키위를 갈아 마시면 소화와 흡수가 빨라지면서 혈당이 급격히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 전 30분 정도에 키위를 먹는 습관을 들이면 자연스럽게 과식을 줄이고,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이처럼 키위는 하나의 과일로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하고, 질병 예방에도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는 고밀도 식품이다. 필수 영양소 부족으로 고생하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단순한 간식이 아닌 ‘건강한 식사 전략’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영양이 결핍된 풍요 속에서, 키위 한 알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는 ‘얼마나 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가 건강의 기준이 되어야 할 때다.
- 청소년, 영양 결핍 심각.."ㅇㅇ 음료가 주범"
청소년들의 식습관이 날로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카페인 음료와 가공식품 소비가 급증하는 반면, 영양가가 풍부한 우유 등 건강에 필수적인 식품은 점점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는 칼슘, 단백질, 비타민 D, 마그네슘 등 뼈 건강과 성장 발달에 꼭 필요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5명 중 4명은 하루 한 컵의 우유조차 마시지 않는 현실이다.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2024년 말 실시한 식습관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자주 섭취하는 즉석섭취식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794mg에 달했고, 조리식품 역시 613mg으로 높았다. 특히 고카페인 음료를 주 3회 이상 마시는 청소년 비율은 2015년 3.3%에서 2024년 23.5%로 무려 7배 이상 증가했다. 에너지음료 한 캔에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하루 당류 섭취량의 약 70%에 해당하는 35g의 당류가 포함돼 있어 건강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청소년기 식습관이 평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이 시기는 인생 최대 골량(Peak Bone Mass)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로, 충분한 영양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향후 골다공증, 근골격계 질환, 대사질환 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고열량·저영양 식품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은 필수 영양소 섭취가 심각히 부족한 상황이다. 질병관리청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18세 청소년의 칼슘 섭취량은 전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며, 영양소 부족률은 27.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는 10명 중 3명 이상이 필수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우유급식’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학교우유급식은 1980년부터 도입된 공공 영양지원 제도로 성장기 학생에게 필수 영양소를 고루 공급해 국민 건강 수준을 향상시켜왔다. 그러나 최근 참여율은 크게 떨어져 2017년 51.5%에서 2023년 33.9%로 감소했으며, 특히 중·고등학교에서는 참여율이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행정적 부담, 보호자 인식 부족, 학교장의 재량에 따른 시행 방식 등 여러 제도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일부에서는 학교우유급식이 학생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구시대적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 급식은 우유급식과 분리돼 운영되며, 학교장이 우유급식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국가 단위 통합 급식 체계를 운영해 우유급식이 기본으로 포함돼 있어 학생들의 영양 보장이 더 체계적이다.이런 가운데 국내 일부 지역에서는 청소년 영양 불균형 해소를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우유를 포함해 전면 실시하고 있으며, 전라남도는 조례를 통해 초등학생 대상 무상 우유급식을 시행 중이다. 강원 정선군은 13년째 초·중·고 전 학년에 무상으로 우유를 공급하고 있으며, 경북 울진군도 비슷한 정책을 도입해 지역사회 차원의 영양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이 같은 움직임은 청소년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영양 불균형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절실함을 보여준다. 특히 우유와 같은 고영양 식품이 청소년들의 필수 영양소 보충과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시기의 건강한 식습관은 평생 건강의 토대가 되므로, 정부와 교육기관, 지역사회가 협력해 균형 잡힌 식습관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